毛퓰리즘 논란은 고민…이재명 "굳이 배제할 필요없다…재정타격줄 정도 아냐"
내부선 "역풍 불 수 있다" 신중론도…민주 "전향적 건보 재정 확대 검토 가능
탈모공약에 힘받은 이재명…'명확행' 띄우며 생활밀착 공약 강화(종합)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 검토로 쏠쏠한 재미를 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생활밀착형 정책 개발 강화에 나선다.

이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신년 기자회견의 후속 성격인 성장·경제 정책과 별도로, 가볍지만 관심을 끄는 공약을 개발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애초 40여개를 준비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의 숫자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는 소확행에 이어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브랜드도 띄우고 있다.

명확행은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시행한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하는 공약 시리즈다.

이날 이 후보는 7번째 명확행 시리즈로 기획부동산 근절 공약을 발표했다.

실행 가능성을 부각하는 일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선대위는 기존에 발표한 소확행 공약들도 부동산, 교육, 의료 등 분야별로 엮어 '명확행'으로 묶어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기존의 소확행 공약들이 파편적으로 나가다 보니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한 면이 있어 구슬을 꿰겠다는 것"이라며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이 후보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개인의 구체적인 행복을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탈모 건보 적용' 공약에 대한 호응이 예상보다 큰 데 따른 것이다.

온라인 탈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 데 이어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는 동영상을 비롯해 여러 패러디 창작물이 쏟아지며 밈(meme·인터넷을 중심으로 모방을 거듭하는 유행)으로 확산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김윤덕 김남국 의원 등은 잇따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탈모갤러리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탈모 건보 적용 공약이 회자하면서 기존에 발표한 다른 '소확행' 공약이 다시 화제가 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선대위는 파악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부 난맥상으로 주춤하고 있는 만큼 논쟁적인 대형 공약을 내놓기보다는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착실하게 득점을 쌓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그간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일부 있었는데, 생활밀착형 공약은 이를 해소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탈모 건보 적용 공약을 둘러싼 이른바 '모(毛)퓰리즘 논란'이 커지는 점은 부담이다.

건보 재정의 악화는 고려하지 않은 채 탈모로 고민하는 이가 다수라는 점에만 집중해 구애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 후보가 전날 "신체의 완전성이란 측면에서 탈모가 건보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탈모를 불완전한 신체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런 비판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당내 한 의원은 "희귀·난치병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공약이라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차분하게 중심을 지켜야 할 의원들까지 앞다퉈 이슈에 뛰어드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료보험을 지원하는 게 맞는지, 어느 정도 경계선 내에서 지원할지 문제는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이 현실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건보) 재원을 부담하는 그들을 굳이 배제해 섭섭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재원 규모도 전체 의료보험 지출액에 비하면 타격을 줄 정도로 대규모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우려가 있을 수 있고, 기존의 한정된 건보 재원으로는 우선순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좀 더 전향적인 재정 확대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기 위해 건보 체계 개편이 이 후보의 공약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