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절친 5명만 있어도 '잘 산 인생'
코로나19 탓에 송년회·신년회가 줄었다. 대신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바쁘다. 새해 인사를 주고받기 위해서. 하지만 안부를 전하는 메시지에 진심을 담은 친구는 얼마나 될까. 진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는 많아야 150명 정도라고 추정한다. 1990년대 초 그가 제시한 ‘던바의 수’ 가설에 따르면 진정한 ‘친구’의 수는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

《프렌즈》는 던바 교수가 30여 년 동안 인류가 지닌 ‘사회적 뇌’를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친구 수는 우연히 만났을 때 주저없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 수와 같다.

저자가 제시한 150명이란 수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공동체의 크기를 가리킨다. 원숭이, 침팬지 등 영장류가 서로 털 손질을 해주는 집단의 크기에 관한 연구를 인간을 대상으로 확장했다. 영장류의 뇌 크기와 교류하는 개체의 수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유추했다. 결과는 문화인류학적 연구 결과와 일치했다. 13~18세기 알프스산맥의 마을 구성원 수와 아프리카 피그미족의 규모 등이 모두 150명에 근접했다. 미국에서 최근 10년 동안 열린 결혼식의 하객 수도 평균 144명이었다. 수천만 명이 도시에 모여 살지만 인류가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의 크기는 일정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인간이 이루는 공동체의 크기를 친밀함에 따라 구분했다. ‘우정의 원’이라 불리는 가설로 절친한 친구 수는 5명, 친한 친구는 15명, 선호하는 친구는 50명인 식이다. 서로 이름을 기억하는 친구는 1500명이었다.

‘던바의 수’는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에도 적용 가능한 가설일까. 저자는 SNS를 활용해도 인간관계가 무한히 확장될 순 없다고 단언한다. SNS로 대화를 나누는 친구는 150~250명 정도고, 다수의 SNS 이용자가 현재의 우정을 공고히 다지려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가상세계에서 친구를 맺는 게 일상이 됐지만 직접 만나 대화하고 함께 사교활동을 하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