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왜 때밀이가 생겼을까…목욕문화의 역사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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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과 방역 다룬 신간 '도시를 보호하라'
때를 미는 행위는 한국의 독특한 목욕 문화로 꼽힌다.
공중목욕탕에는 남의 때를 밀어주는 '목욕관리사'라는 직업도 있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인 박윤재 경희대 교수는 역사학자와 공학자, 의사들이 위생과 방역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신간 '도시를 보호하라'에서 한국에 퍼진 '때밀이' 문화의 기원을 추적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때밀이 역사를 고찰하기에 앞서 일본인도 과거에는 때를 밀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에서는 연말에 목욕하고 때를 미는 것이 권장됐다"며 "서양의학이 수용된 후에도 때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됐다"고 짚는다.
그는 한국인도 서구의 위생 관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때를 밀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조선 후기 문인 이덕무의 문집인 '청장관전서'에 나오는 "목욕할 때는 시자(侍者)가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때를 밀거나 발을 문지르게 하지 말라"는 문구가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때밀이는 근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박 교수 생각이다.
아울러 그는 한국인이 때를 미는 행위에 불결함과 그로 인해 생기는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강조한다.
한국인이 불결하다는 시각은 목욕 횟수를 근거로 삼는다.
경성제국대학이 1940년 움집에서 사는 토막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목욕 횟수를 조사했더니 열흘에 한 번 이상 한다는 집이 6%에 불과했다.
목욕탕을 가본 적이 없다는 가구도 11%나 됐다.
박 교수는 조사 결과를 한국인 전체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청결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반면 일본은 청결했고, 일본인은 이틀에 한 번은 목욕을 했다고 전한다.
그는 "식민지 시기 한국인은 불결하다는 이유로 목욕탕 사용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윤치호가 '냄새와 오물의 나라'라고 한 한국에서 불결의 상징이자 문명화를 가로막는 방해물로 지목된 사물이 때였다고 말한다.
이어 "때가 한민족을 치욕으로 몰아넣는다면 그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때를 미는 것이었다"며 "때를 민다는 것은 청결을 유지하고, 한국인의 진보를 확인하며, 나아가 차별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다"고 역설한다.
때는 육체적 차원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씻어야 할 잔재였으며, 민족적 차원의 청결을 실현한다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 제거 대상이었기에 때밀이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박 교수는 결론짓는다.
책에는 때밀이 문화 외에도 도시 위생과 관련된 흥미로운 글이 여러 편 실렸다.
1920년대 의사 주택을 통해 본 근대 주택의 위생 담론, 식민지 시기 경성 하수도 정비의 한계, 1950년대 이후 전염병 감시 체계의 역사, 한국의 결핵 관리와 보건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논고를 읽어볼 수 있다.
역사비평사. 348쪽. 1만8천500원.
/연합뉴스
공중목욕탕에는 남의 때를 밀어주는 '목욕관리사'라는 직업도 있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인 박윤재 경희대 교수는 역사학자와 공학자, 의사들이 위생과 방역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신간 '도시를 보호하라'에서 한국에 퍼진 '때밀이' 문화의 기원을 추적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때밀이 역사를 고찰하기에 앞서 일본인도 과거에는 때를 밀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에서는 연말에 목욕하고 때를 미는 것이 권장됐다"며 "서양의학이 수용된 후에도 때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됐다"고 짚는다.
그는 한국인도 서구의 위생 관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때를 밀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조선 후기 문인 이덕무의 문집인 '청장관전서'에 나오는 "목욕할 때는 시자(侍者)가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때를 밀거나 발을 문지르게 하지 말라"는 문구가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때밀이는 근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박 교수 생각이다.
아울러 그는 한국인이 때를 미는 행위에 불결함과 그로 인해 생기는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강조한다.
한국인이 불결하다는 시각은 목욕 횟수를 근거로 삼는다.
경성제국대학이 1940년 움집에서 사는 토막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목욕 횟수를 조사했더니 열흘에 한 번 이상 한다는 집이 6%에 불과했다.
목욕탕을 가본 적이 없다는 가구도 11%나 됐다.
박 교수는 조사 결과를 한국인 전체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청결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반면 일본은 청결했고, 일본인은 이틀에 한 번은 목욕을 했다고 전한다.
그는 "식민지 시기 한국인은 불결하다는 이유로 목욕탕 사용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윤치호가 '냄새와 오물의 나라'라고 한 한국에서 불결의 상징이자 문명화를 가로막는 방해물로 지목된 사물이 때였다고 말한다.
이어 "때가 한민족을 치욕으로 몰아넣는다면 그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때를 미는 것이었다"며 "때를 민다는 것은 청결을 유지하고, 한국인의 진보를 확인하며, 나아가 차별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다"고 역설한다.
때는 육체적 차원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씻어야 할 잔재였으며, 민족적 차원의 청결을 실현한다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 제거 대상이었기에 때밀이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박 교수는 결론짓는다.
책에는 때밀이 문화 외에도 도시 위생과 관련된 흥미로운 글이 여러 편 실렸다.
1920년대 의사 주택을 통해 본 근대 주택의 위생 담론, 식민지 시기 경성 하수도 정비의 한계, 1950년대 이후 전염병 감시 체계의 역사, 한국의 결핵 관리와 보건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논고를 읽어볼 수 있다.
역사비평사. 348쪽. 1만8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