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슈퍼박테리아 중 2세대 항생제인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 포도상구균(MRSA)이 1세대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사용되기 훨씬 전인 약 200년 전에 이미 고슴도치 몸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 따르면 '웰컴 생어 연구소'의 이완 해리슨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고슴도치 피부에서 항생물질을 분비하는 곰팡이류와 함께 서식하는 세균이 내성을 키워 MRSA가 됐다는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덴마크와 스웨덴에 서식하는 고슴도치를 조사한 결과, 60%가 MRSA의 일종인 'mecC-MRSA'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mecC-MRSA는 지난 2011년 젖소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목장에서 젖소에게 항생제를 과다 투여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이용해 고슴도치의 mecC-MRSA가 항생물질에 내성을 갖게 된 유전자를 추적한 끝에 1800년대 초에 처음 출현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MRSA가 1928년에 발견된 페니실린 사용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며 자연적인 과정을 거쳐 생성된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황색 포도상구균이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항생물질을 분비하는 곰팡이류인 '트리코피톤 에리나세이'(Trichophyton erinacei)와 고슴도치 피부에서 같이 살면서 진화경쟁 과정에서 항생물질 내성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현재 사용되는 항생물질은 거의 모두가 자연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내성을 갖춘 것이 이미 자연에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책임저자인 케임브리지대학 수의학 교수 마크 홈즈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에 항생물질 내성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아주 큰 '병원소'가 있어 쉽게 가축을 거쳐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항생제를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냉혹한 경고"라고 했다.
MRSA는 1960년 환자에게서 처음 발견됐으며, MRSA 감염자 200명 중 한 명은 mecC-MRSA에 감염되는 것으로 분석돼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고슴도치가 지난 200년 이상 mecC-MRSA를 갖고 있었지만 인간을 감염시킨 것은 극히 드물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로 고슴도치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홈즈 교수는 "항생물질 내성 박테리아를 가진 것은 고슴도치만이 아니다"면서 "야생동물과 가축, 인간은 모두 연결돼 하나의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어 전체 시스템을 보지 않고는 항생물질 내성의 진화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