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에 매각한다. 지분 매각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강화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명예회장 부자가 지분 10%를 약 6113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5일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정 회장의 지분 3.29%와 3대 주주인 정 명예회장의 지분 6.71%다. 거래를 마무리하면 칼라일은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 지분 거래는 작년 12월 30일 발효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맞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축소하기 위해 이뤄졌다. 개정 전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의 경우 20%)에 한해 부당이익 제공 행위를 금지했는데, 개정안에선 지분 기준이 20%로 강화됐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29.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칼라일 본사와 한국 사무소가 현대차그룹과 협의해 이번 거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언제 어떻게 지분을 매각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2015년에도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맞춰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한 바 있다. 2014년 말 기준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총 43.4%였는데, 이듬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1조1576억원어치 지분을 팔아 30%로 낮췄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의 해상 운송과 자동차 부품 수출 등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사업 부문은 크게 종합물류업과 유통판매업, 해운업 등 세 가지로 나뉘며 매출 비중은 지난해 1~3분기 기준 각각 32.7%, 52.8%, 14.5%다.

작년 9월 말 현재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는 지분 23.29%를 보유한 정 회장이다. 다음으로 노르웨이 해운그룹 빌 빌헴슨 아사의 자회사(11%), 정 명예회장(6.71%), 현대차 정몽구 재단(4.46%), 현대자동차(4.88%) 순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6조4875억원이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5조9358억원, 영업이익은 8011억원이다.

박시은/김채연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