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부회장과 한국거래소 출신이 사외이사로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규모의 횡령이 이뤄졌기 때문에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주식 거래가 장기간 정지될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의자가 횡령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으로 주식을 사 지분공시까지 했음에도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유명무실한 사내 내부통제 시스템5일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완벽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공시를 내고 자금 관리 직원인 이모씨가 1880억원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엄 대표는 “이번 사고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확고한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하겠다”며 “거래 재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엄 대표의 선언에도 시장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명무실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사외이사 3명 중 1명은 정준석 EY한영회계법인 부회장이다. 밝혀지지 않은 횡령이 과거에도 있었다면 빅4 회계법인 최고위층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도 분식회계를 막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회사 상근감사인 조재두 전 한국거래소 상무도 누구보다 자본시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이해 가지 않는 대목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감사팀 인원을 2년 새 절반(11명)으로 줄였다. 이후 대형 횡령사고가 터졌다. 회계감사는 인덕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리 알 수 없었나시장 관계자들이 의문을 갖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금융당국이 미리 알아챌 수 없었냐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1일 횡령 피의자 이씨가 동진쎄미켐 주식을 1430억원어치나 매수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주식 매수 금액은 횡령 자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이때 금융당국이 이씨의 자금 출처를 수상하게 여겼다면 횡령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하지만 당시 이씨가 자금 출처를 ‘투자수익’이라고 적었음에도 금융감독원은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작성한 자금 출처가 사실인지 따져보진 않는다”고 말했다.다만 금융당국이 들여다봤다 하더라도 조기에 잡아낼 수 있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서 이상거래 징후를 포착해 심리에 나서고, 또 이를 금감원에 통보해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심리에 나서면 특정 계좌 주인을 대상으로 입출금 내역과 자금출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한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0월 이씨의 동진쎄미켐 주식 매수를 계기로 이씨의 계좌를 분석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 피해는금융당국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회계 감리 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수사를 통해 횡령 금액과 날짜가 특정되고 재무제표가 수정되면 이를 근거로 회계 감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모니터링을 하며 추후 대응 방법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정지는 다른 종목과 금융상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지분 7.64%를 보유 중인 APS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8.1% 떨어졌다. 최 회장은 자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통상 금융회사는 담보 주식의 거래가 정지되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는다. 최 회장이 상환을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최 회장이 들고 있던 APS홀딩스의 오버행(잠재적 매물) 우려가 높아졌다.상장지수펀드(ETF)도 영향을 받았다. ETF에 호가를 제시하는 시장조성자(LP)들이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 등을 가정하고 거래 정지 전 종가 대비 낮은 가격을 매겨 호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를 7.21% 담고 있는 TIGER 의료기기 ETF는 이날 순자산가치(NAV)가 1만9368원이었는데, 실제는 이보다 낮은 1만9215원(괴리율 0.79%)에 거래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원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담긴 펀드도 비상이다. 하나은행은 오스템임플란트가 단 1주라도 담긴 77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규 가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이슬기/서형교 기자 surugi@hankyung.com
금융위원회가 코넥스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고승범 금융위원장은 3일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코넥스시장이 자본시장의 입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상장 유치 부담을 완화하고 기본예탁금 등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BDC 제도를 도입하고 소액 공모금액 한도를 상향해 혁신 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존 개인투자자에게 적용하던 코넥스시장의 기본예탁금 3000만원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DC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털 등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상장한 뒤 이를 비상장기업 투자에 활용하는 제도다.고 위원장은 혁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해외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자본시장이 생존하기 위해선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고 위원장은 “국내외 주식 소수점 거래 기반을 마련한 것처럼 시장의 창의적인 생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확대된 자산관리 수요에 부응해 다양한 신탁이 출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이날 행사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제도·서비스를 선진화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를 높일 것”이라며 “투자자 요구에 맞춰 테마형 인덱스,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정책금리 선물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개인투자자의 원성을 사고 있는 물적분할, 공매도 등과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3일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올해 자본시장은 계속되는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소와 마주하고 있다”며 “거래소는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자본시장의 새 미래를 열고자 세 가지 역점과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먼저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금융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K-유니콘 기업의 상장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미래 유망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개를 내실화하고 배출권 시장의 투자 저변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둘째로 선진 시장 환경 조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손 이사장은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제도‧서비스를 선진화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를 높일 것”이라며 “투자자 요구에 맞춰 테마형 인덱스, 액티브 ETF, 정책금리선물, 개별 주식선물‧옵션 등 다양한 투자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시장참가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한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 이사장은 “상장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컨설팅 서비스 등 밀착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감시망을 더욱 촘촘하게 완비할 것”이라고 했다.이날 개장식에 참여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안정·성장·혁신의 세 가지 키워드에 맞는 자본시장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코넥스시장이 자본시장의 입구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상장 유치 부담을 완화하고 기본예탁금 등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비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를 도입하고 소액공모금액 한도를 상향해 혁신 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했다.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집중되고 있는 물적분할, 공매도 등과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은 “기업 분할로 인한 투자자 피해 방지,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차별 개선 등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주식시장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제도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위해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