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7남매 사건, 아동보호사건 송치 후 지원책 마련 판결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24살, 22살, 15살 세 자매를 교육적으로 방임한 부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5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중학생인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로 40대 여성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딸 B(15)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교육적으로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앞서 태어난 24세와 22세 딸에 대해서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다만 A씨가 세 자매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신체적·정서적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세 자매는 그동안 스스로 책을 보거나 EBS 통해 공부했으며, 셋 다 건강하고 정서적으로도 밝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와 처벌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수반되지 않은 교육적 방임 사례가 드물지만, 앞서 사례를 살펴보면 검찰과 법원은 처벌보다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다른 지역의 비슷한 사례를 보면 학대 없이 순수하게 교육적으로 방임한 사례의 경우 검찰이 아동보호사건으로 취급해 부모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2016년 광주지검은 7남매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교육적으로 방임한 40대 부부를 아동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했다.
이 부부는 사업 실패 후 빚 때문에 도피 생활을 하면서 자녀 10명 중 7명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자녀 중 일부는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단칸방에 함께 살았지만, 학대 정황은 없었다.
당시 검찰은 이 부부의 가정 상황 등을 고려, 기소나 기소유예보다는 보호사건으로 법원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가정법원이 아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판결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이듬해인 2018년 고등학교 3학년생인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사실혼 관계의 40대 부모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지검도 기소보다는 딸인 C양에 대한 지원이 먼저라고 보고 검사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또 청소년 교육·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초·중등 검정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C양 부모는 C양을 학대하기 위해 출생신고를 안 한 것이 아니고, 돈이 없고 잘 몰라서 그랬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세 자매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친모인 A씨가 지난해 12월 중순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 대한 사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당시 주민센터를 같이 갔던 딸들이 "우리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A씨가 주민센터 측에 출생신고 방법을 물었고, 이를 통해 세 자매가 호적에 올라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한 주민센터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으로, 현재까지 종교적 이유 등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A씨는 주민센터 측에 "출산 후 몸이 좋지 않아 출생신고를 바로 하지 못했다"며 "나중에는 출생신고 절차도 복잡해서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세 자매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유전자(DNA) 검사를 받았으며, 모두 A씨 친자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세 자매는 어머니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경찰은 A씨와 세 자매를 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세 자매는 평소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해 왔으며, 세 자매 모두 검정고시 응시에 대한 욕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 자매가 여태껏 출생신고 없이 무호적자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친인척과 이웃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경찰서와 제주시 등 5개 기관은 이 가정에 긴급 생계비와 장학금을 지급하고 심리 상담과 학습을 지원할 방침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변정근 팀장은 "성인이 된 두 자녀가 주민등록을 발급받아도 당장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힘든 만큼, 모친이 세 자매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행정과 관련 기관에서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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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