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청소 과정서 화학물질 노출…피해사례 더 많이 알려져야"
전자산업 청소노동자 암 발병, 산재 첫 인정…"사회 관심 필요"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체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노동자에게 암이 발병한 것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첫 사례가 나오면서 시민단체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5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12월 20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황모 씨의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단했다"며 "그에 따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12월 22일 황씨의 산재 신청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반올림은 "황씨는 전자산업 청소노동자 직업성 암 첫 산재 인정자"라며 "산재 승인 판정을 매우 환영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의 청소노동자인 황씨는 10년간 일하다 2020년 정년을 맞았고, 이듬해인 지난해 4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어 같은 해 6월 황씨는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질병판정위는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상 스막 룸(smock room)을 청소할 때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황씨의 암과 업무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스막 룸은 디스플레이 공장 라인을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공간으로, 디스플레이 공정 작업자는 이곳에서 방진복으로 갈아입는다.

반올림은 "황씨가 주로 청소한 공간은 스막룸"이라며 "(청소노동자들은) 라인에서 나온 작업자들이 옷, 신발, 장갑 등에 화학물질을 묻혀 나온다고 했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에서도 스막룸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된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아울러 황씨는 청소노동자로 3교대 근무를 해왔고, 과거 미싱사, 택시 운전사, 요양보호사 등으로 근무할 때도 야간 근무를 자주 해왔다는 점이 산재 판정 과정에서 인정됐다.

반올림은 청소노동자의 경우 화학물질 노출이 일반 작업자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당국이 산재 인정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의 진술을 들어 보면 화학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을 닦은 면포를 털어낸다거나, 새어 나온 화학물질이 있으면 리트머스 시험지의 색깔을 보고 조치하는 등 위험하다고 짐작되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반올림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정을 계기로 전자산업 청소노동자의 피해 사례가 많이 알려져야 하고, 청소노동자의 진술에 우리 사회가 더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