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기상·오후 10시 취침…코로나19 대응·방역 업무
중대 규율 위반 '0'…군복무 기간 '2배 복무'는 여전히 논란
대체복무 도입 1년…648명 전국 교정시설서 근무
신앙·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시행된 지 1년 가량이 지났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마련돼 2020년 10월 처음 시행됐다.

◇ '교정시설 합숙근무' 대체복무요원 하루는
지난해 1월 대체복무요원 3기로 대체복무를 시작해 약 1년간 군산교도소에서 근무 중인 박민규(가명·28)씨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한다.

박씨와 같은 생활실에서 생활하는 대원(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요원들을 부르는 말) 7명은 인원 점검을 마치고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뒤, 오전 일과 시작 시간인 8시까지 출근한다.

의료과에서 근무하는 박씨의 주요 업무는 교정시설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다.

박씨는 "요즘은 교도소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PCR(유전자증폭) 검사 키트, 주사기 분류를 주로 한다"고 말했다.

오전에 수용자 예방접종 업무를 도운 박씨는 점심 식사 뒤에는 방역복과 장비를 챙기고, 교도관들과 함께 교정시설을 빠짐없이 방역한다.

공식적인 오후 일과는 오후 5시까지다.

박씨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오후 6시부터 취침 시간인 10시까지는 개인 정비 시간인데, 각자 공부·운동을 하거나 종교활동을 하는 등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야간 상황 근무에 투입된 대원들은 군부대 생활관의 '불침번'과 비슷하게, 동료들이 잠든 시간에 교대로 생활관을 순찰한다.

박씨를 비롯해 현재 복무 중인 대체복무요원의 절대다수는 교리상 살상 무기를 드는 것을 금기시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대체복무 도입 1년…648명 전국 교정시설서 근무
◇ 전국 13개 교정시설서 복무 중…중대 규율위반 '제로'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돼 근무 중인 인원은 총 648명이다.

2020년 10월 1기 대체복무요원 63명이 소집돼 대전교도소·목포교도소에 배치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구치소(90명), 천안교도소(68명), 군산교도소(56명)등 전국 13개 교정시설에 배치돼 있다.

대체복무요원들은 3주간 교육 후 교정시설에 배치돼 36개월간 합숙 복무하며 급식, 물품, 보건위생, 시설관리 등 보조업무를 한다.

절반 이상은 시설관리(231명)·물품(230명) 업무를 맡고 있으며, 그밖에 급식(63명), 보건위생(51명), 도서·신문(13명) 등으로 나타났다.

소집된 이들 중 2명은 개인적 사정으로 복무를 그만두기를 원해 대체복무 편입이 취소됐다.

또 4명은 질병·가사 사정 등을 이유로 소집해제됐다.

현재까지 경고처분 누적·범법 행위 등 중대한 규율 위반으로 복무기간이 연장되거나, 편입취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대근(54) 의정부교도소 복무관리관은 "대체복무요원들은 근무 태도가 성실해 현장 직원들의 호응도가 예상외로 높다"며 "특성상 수용자를 직접 대면하는 업무에는 투입할 수는 없지만, 일선 부서 지원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2023년까지 총 32개 기관에 1천600명의 대체복무요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대체복무 도입 1년…648명 전국 교정시설서 근무
◇ 도입 1년 맞은 대체복무제…'36개월 합숙 복무' 논란 계속될 듯
대체복무요원들은 병역법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돼온 과거와 달리 병역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사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2월 입소해 천안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대체복무요원 A(32)씨는 "내 힘과 활력을 공익을 위해 쓸 수 있게 되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씨도 "제도 시행 전에는 병역거부자를 병역기피자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 18개월의 2배인 36개월의 복무 기간과 '교정시설 합숙'이라는 근무 방식을 놓고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박씨는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 기간의 1.5배 이상으로 둔 것은 국제 기준상 징벌적 제도에 해당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도 "대체복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현역병처럼 외출이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채 합숙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병무청 대체역심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학술 토론회 '대체역 제도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참여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방부는 입법예고 당시 교정시설 복무 강도가 통상 현역병 복무강도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 강도가 높은 수준임에도 기간을 2배로 정한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교정시설 합숙근무로 한정된 대체복무 제도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체복무를 사회복무요원에 준하는 출퇴근 근무로 변경하고, 대체역 편입신청이 기각된 경우에만 36개월 합숙 복무를 시켜야 한다"며 "복무 기관도 교정시설에서 소방기관, 공공의료기관, 정부 인정 요양시설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6개월 합숙 복무'를 둘러싼 논란은 또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거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한 병역거부자는 '36개월 합숙 복무'가 위헌이라며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체복무 도입 1년…648명 전국 교정시설서 근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