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급여 인상·농가 지원금 등에 투입
외화 부족에 국가부도 위기…팬데믹으로 물가폭등 등 직격탄
'경제난' 스리랑카, 1조3천억원 긴급 구제 자금 풀어
외화 부족, 물가 폭등 등 경제난으로 인해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민생 지원을 위해 1조3천억원 규모의 긴급 구제 자금을 풀기로 했다.

4일 이코노미넥스트 등 스리랑카 언론에 따르면 바실 라자팍사 재무부 장관은 전날 총 2천290억루피(약 1조3천400억원)에 달하는 구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공공 부문 근로자의 급여와 연금을 월 5천루피(약 2만9천원)씩 올리고 약 200만명에게 1천루피(약 5천900원)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영세 농부들에게는 경작 지원금도 전달된다.

식품, 의약품 등의 세금 감면도 이뤄진다.

2천290억루피는 스리랑카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규모다.

당국이 이처럼 긴급 자금을 풀기로 한 것은 스리랑카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은 스리랑카는 2019년 4월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에 큰 어려움이 생겼다.

세계은행은 팬데믹 후 약 50만명이 빈곤층으로 추락했다고 추산했다.

중국과 벌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인해 국가 재정에는 이미 부담이 생긴 상태였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대규모 차관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주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 2019년 75억달러(약 8조9천억원)에 달했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11월말 15억8천만달러(약 1조9천억원)로 줄었다.

지난해 2분기 12.3% 성장했던 경제도 같은 해 3분기에는 1.5% 역성장했다.

물가도 폭등하면서 당국은 지난해 9월 경제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가는 잡히지 않았고 지난달 인플레이션율은 12.1%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화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당국은 해외 공관 3곳을 잠정 폐쇄하기로 한 상태다.

최근에는 이란에 현물인 차(茶)로 석유 수입 관련 부채 2억5천100만달러(약 3천억원)를 갚겠다는 제안까지 해 이란이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경제난' 스리랑카, 1조3천억원 긴급 구제 자금 풀어
이와 관련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중순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그러면서 "스리랑카가 외채 260억 달러(약 31조1천억원)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국제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정부 발행 채권은 이달 5억 달러(약 6천억원), 오는 7월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 규모다.

또 올해 상환해야 할 외채 원리금은 총 69억 달러(약 8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스리랑카 정치계를 장악하고 있는 라자팍사 가문은 '가족 통치'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이 가문의 고타바야 라자팍사는 대통령을 맡고 있고, 그의 형이자 전 대통령인 마힌다는 총리직을 수행 중이다.

스리랑카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나라로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을 책임지고 총리는 내정을 맡는다.

여기에 이들의 형인 차말은 관개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고 마힌다의 아들인 나말은 청년체육부 장관을 맡은 상태다.

작년 7월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바실은 고타바야의 동생이다.

이외 라자팍사 가문의 다른 일원도 여러 부처에서 차관 등 요직에 포진한 상태다.

라자팍사 가문이 스리랑카를 사실상 통치하면서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