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과 케인스 잇는 유체역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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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판타 레이'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활동하던 시절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더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관심은 지구가 어떻게 도는지에 쏠려 있었다.
데카르트는 '철학의 원리'에서 우주를 가득 채운 유체인 에테르가 일으키는 소용돌이(보텍스)로 행성의 회전 운동을 설명했다.
그러나 보텍스 이론은 태양계 바깥에 있는 행성일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케플러 법칙에 어긋났다.
에테르가 느려진다는 것은 마찰의 작용, 즉 유체의 저항을 의미한다.
보텍스 이론을 따르면 행성 운동은 유체의 저항 때문에 지속될 수 없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만유인력을 도입해 데카르트의 보텍스 이론을 논박했다.
물리적 접촉 없이 물체가 움직인다는 생각은 당시로서는 신비주의에 가까웠다.
점성을 가진 유체의 운동은 결국 소멸한다는 뉴턴의 이론은 대륙 지식인들의 반감을 샀다.
신간 '판타 레이'(사이언스북스)는 기체와 액체 등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유체역학의 역사를 통해 계몽주의 이후 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의 관심은 유체역학 이론이 정립·발전되는 과정보다는, 사상가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있다.
국가 간 자존심 대결로 치달은 뉴턴과 데카르트의 논쟁에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뉴턴의 장례식에 참석한 볼테르는 '프린키피아'가 구체제를 무너뜨릴 시대정신임을 간파하고 '철학 서간'을 통해 프랑스에 뉴턴 역학을 이식했다.
오일러는 프로이센 정부의 의뢰로 탄도학을 연구하며 뉴턴의 이론을 논파하고자 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진 혁명과 전쟁의 역사는 유체역학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마지막 유체' 에테르는 과학사에서 점차 잊혀졌지만, 유체역학은 20세기에도 사상가들을 사로잡았다.
'논리 철학 논고'를 쓴 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원래 유체역학을 공부하던 공대생이었다.
케인스는 시장경제 논리가 먹히지 않는 대공황을 설명하기 위해 유동성(liquidity)이라는 유체역학 용어를 경제학에 도입했다.
그는 스물두 살 때 '프린키피아' 초반본을 구하러 다닐 만큼 당대 최고의 뉴턴 전문가였다.
물리학과 경제학, 항공산업과 베토벤 교향곡을 넘나드는 이 책의 등장인물은 500여 명에 달한다.
저자는 "과학은 고립된 개별 분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탄생시킨 우리 사회에 대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판타 레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언명으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민태기 지음. 548쪽. 3만원.
/연합뉴스
관심은 지구가 어떻게 도는지에 쏠려 있었다.
데카르트는 '철학의 원리'에서 우주를 가득 채운 유체인 에테르가 일으키는 소용돌이(보텍스)로 행성의 회전 운동을 설명했다.
그러나 보텍스 이론은 태양계 바깥에 있는 행성일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케플러 법칙에 어긋났다.
에테르가 느려진다는 것은 마찰의 작용, 즉 유체의 저항을 의미한다.
보텍스 이론을 따르면 행성 운동은 유체의 저항 때문에 지속될 수 없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만유인력을 도입해 데카르트의 보텍스 이론을 논박했다.
물리적 접촉 없이 물체가 움직인다는 생각은 당시로서는 신비주의에 가까웠다.
점성을 가진 유체의 운동은 결국 소멸한다는 뉴턴의 이론은 대륙 지식인들의 반감을 샀다.
신간 '판타 레이'(사이언스북스)는 기체와 액체 등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유체역학의 역사를 통해 계몽주의 이후 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의 관심은 유체역학 이론이 정립·발전되는 과정보다는, 사상가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있다.
국가 간 자존심 대결로 치달은 뉴턴과 데카르트의 논쟁에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뉴턴의 장례식에 참석한 볼테르는 '프린키피아'가 구체제를 무너뜨릴 시대정신임을 간파하고 '철학 서간'을 통해 프랑스에 뉴턴 역학을 이식했다.
오일러는 프로이센 정부의 의뢰로 탄도학을 연구하며 뉴턴의 이론을 논파하고자 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진 혁명과 전쟁의 역사는 유체역학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마지막 유체' 에테르는 과학사에서 점차 잊혀졌지만, 유체역학은 20세기에도 사상가들을 사로잡았다.
'논리 철학 논고'를 쓴 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원래 유체역학을 공부하던 공대생이었다.
케인스는 시장경제 논리가 먹히지 않는 대공황을 설명하기 위해 유동성(liquidity)이라는 유체역학 용어를 경제학에 도입했다.
그는 스물두 살 때 '프린키피아' 초반본을 구하러 다닐 만큼 당대 최고의 뉴턴 전문가였다.
물리학과 경제학, 항공산업과 베토벤 교향곡을 넘나드는 이 책의 등장인물은 500여 명에 달한다.
저자는 "과학은 고립된 개별 분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탄생시킨 우리 사회에 대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판타 레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언명으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민태기 지음. 548쪽. 3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