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 부진 속 전방위 갈등 노출…"벌집 쑤신 듯한 분위기"
'줄사퇴' 충격요법 효과는…"오히려 기회" vs "도박에 가까워"
'공중분해' 극약처방 野, 어쩌다 여기까지…정상궤도 복귀할까
국민의힘이 대선을 불과 60여일 앞두고 선대위 전면 개편이라는 극약처방을 꺼낸데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급락에 따른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선출 이후 컨벤션 효과로 고공행진 했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두 달 만에 반 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연말·연초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오차 범위 밖으로 밀리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윤 후보 지지율은 두 자릿수에 가까운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이 후보 지지율은 평균 3∼5%포인트 안팎으로 상승세를 그렸다.

급기야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재창출' 여론에 밀리는 일부 조사까지 나오면서 당내 위기감은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됐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의심할 만큼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습마저 감지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도 부상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자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흐름이 조기에 멈추지 않을 경우 자칫 후보 교체론으로까지 흐를 수 있다는 시선도 당 일각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이처럼 벌집을 쑤신 듯한 당내 분위기가 압축적으로 드러났다.

원내지도부가 일괄 사퇴를 선언한 데 이어 이준석 대표를 향한 퇴진 요구까지 나와 그야말로 전방위적 갈등상을 노출했다.

'공중분해' 극약처방 野, 어쩌다 여기까지…정상궤도 복귀할까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나 이날 터진 갈등은 모두 '예견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 입문 반년 차인 윤 후보가 당과 온전히 융합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한 데다가, 경선 캠프부터 돕던 '친윤 그룹'과 '이준석·김종인계' 인사들이 선대위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며 불안한 시작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연말·연초에 다가서며 상황은 점점 악화 일로를 걸었다.

윤 후보가 '이준석 이탈'과 맞물린 선대위 내홍을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반문·정권교체' 외에는 뚜렷한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미가 요원하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
여기에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의혹은 본인의 사과 이후에도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지 못했고, 윤 후보 본인의 잇따른 실언 논란은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됐다.

일례로 윤 후보가 최근 호남 방문에서 "부득이 입당했다"고 한 발언은 상당한 내부 동요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중도·호남 중심의 외연 확장을 내걸었던 새시대준비위가 이날 김한길 위원장의 전격 사퇴로 사실상 와해한 것도 이런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에 책임을 지겠다며 자신의 거취를 정리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의원들을 정계 개편 대상으로 여기고 여기에서 김 위원장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당내 일부 인사들 사이에 번졌고, 이런 불신이 결국 김 위원장의 사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충격요법'이 실질적으로 선거 국면에서 얼마나, 어떤 효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터질 게 터진 것인 만큼 이번 계기에 싹 갈아엎고 시작하면 차라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했다.

반면에 또다른 당내 인사는 "선거 목전에서 윤 후보의 정치력이 그야말로 발가벗겨진 상황"이라며 "이후 결과는 도박에 가깝다"면서 급격한 상황 변화에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