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떨어진 10인의 능력자
"무에서 유 창조" 문명 건설 프로젝트
지난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든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VR(가상현실) 휴먼 다큐멘터리를 표방했다. 가장 최전선의 기술인 가상현실, 인공지능, 실감 콘텐츠를 활용해 누군가의 기억 속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로 구현해 감동과 눈물을 자아냈다.
가장 과학적인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던 김종우 PD가 10인의 능력자와 함께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로 떠났다. 전기는 물론 당장 먹을 물과 식량도 없는 섬에서 함께 집을 짓고, 문명을 만들어가는 웨이브 '문명:최후의 섬'을 선보인 것.
극한 야생 상황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이를 관찰하는 예능은 이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포맷이다. 하지만 김종우 PD는 "예능에 가까운 장르였지만 '문명'은 서바이벌 게임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다"며 "화면 구성도, 규칙을 정하는 것도 게임적인 요소를 많이 넣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차별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명' 역시 "미래를 생각하며 기획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이 됐는데, 전염병 때문에 한 공간에 고립됐고,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원래 PD들은 항상 기획안을 여러 개 갖고 있어요.(웃음) 새로운 정착촌을 만드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고, 김진민 CP와 웨이브랑 회의할 기회가 생겼어요.(웨이브에서) 여러 포인트를 좋게 봐주셨어요. 다큐멘터리 연출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내려 놓고 도전을 하게 됐죠. 제가 처음 꿈꾸는 형태의 100%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재밌게 진행했어요." '문명'은 총 8부작으로 기획됐고, 웨이브에서 선공개된 이후 MBC를 통해 방영됐다. 웨이브 공개 이후 TV 방송을 위해 다시 편집을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자가 마지막까지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많이 바꿀 순 없지만 다르게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문명'의 강점은 특전사 출신 박은하와 박도현을 비롯해 수영선수 박찬이, DIY 전문 크리에이터 마초맨과 부식, '강철부대' 출신 강원재, '금손' 아이돌 트라이비 송선, 콘트리트 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갖춘 위아이 장대현, 셰프 김소봉, 한의사 한혁규 등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출연진들이 만들어내는 '진짜' 이야기들에 있다.
신선한 얼굴들에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독려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손과 몸을 써서 뭔가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어요. 일정 기간 동안 그곳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향유하고, 공동체를 만들수 있는, 각각의 장기와 캐릭터를 갖고 있는 분들을 찾았죠. 그 분들에게 '무인도에게 살아보실래요?'라고 물으니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의기투합이 됐죠."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볼 수 없었을 지네에 물리거나 발이 찢어지는 돌발 상황도 등장했다. 대나무 통발을 걸어 놓고도 잊어버려 물고기가 까맣게 상해버리거나, 통발에 걸린 우럭, 문어 등을 보며 "제작진이 미리 넣어놓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재미를 위한 연출은 없었냐는 것.
김 PD는 "나무를 자르는 게 불법이라 집을 지울 수 있도록 나무를 섬 곳곳에 둔 것 외에 제작진이 관여한 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그래서 벌레나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시킨 부분에 대해 더 미안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는 제한이 많아요. 새로운 걸 개척하는 것도 힘들고, 물고기를 잡기도 힘들죠. 그런데 그 섬은 물고기를 잡는 것도 가능했고, 참가자들이 통발을 만들어서 물고기를 잡은 것도 진짜입니다. 오히려 그 틈이 커서 많이 도망쳤어요. 제작진이 시중이 파는 통발을 옆에 넣어놓았는데, 수십 마리씩 잡히더라고요."
여기에 국내 최고 드론 전문가 등 '진짜'를 찍어내던 최고의 제작진과 함께 눈이 시원해지는 풍부한 볼거리를 더했다. 가능성을 확인하고 마무리한 '문명'이었다. 시즌2에 대한 질문에 김 PD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시즌2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더 재밌게 구현할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생각한 것의 10% 밖에 실현하지 못했어요. 공간은 열려 있으니 더 상상하고, 구상해봐야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