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에 따라 지난해 앞다퉈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던 금융회사가 새해 들어 일제히 문을 다시 열었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이달부터 대폭 강화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한도 역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앞당겨 매월 또는 매 분기 초에 대출을 신청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주담대 받기 전 신용대출 축소…급여 오르면 금리 인하 요구를

금융권 대출 문 열리지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정상화한다. 이들 은행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일부 중단했다.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를 소진해 개점휴업 상태였던 토스뱅크 역시 지난 1일부터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가계대출 규모가 큰 상호금융권과 보험사도 대출 창구를 다시 연다.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해 폐지했던 우대금리를 부활시켰다. 우대금리는 소비자가 실제 받는 대출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민은행은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올린다.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0.6%포인트, 부동산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3~0.5%포인트 추가로 책정했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대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달부터 강화된 개인별 DSR 규제의 영향이 크다. DSR 규제 대상이 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합쳐 매년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은행 기준)를 넘을 수 없다. 이제까지는 규제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해서만 DSR 규제가 적용됐지만, 이달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올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대출로 범위가 더 확대된다. 전체 가계대출 수요자의 30% 수준인 593만 명이 영향권에 들어온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 7%대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4~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사가 절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액을 지난해(약 42조원)보다 24%가량 적은 32조원 수준으로 묶을 계획이다.

“잔금일 두 달 전 신청해야”

이런 상황에서 필요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있으려면 은행의 총량 관리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매달 또는 매 분기 초에 대출 접수를 마치는 편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분기별로도 대출 총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도 관리를 상시화할 수밖에 없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심사 유효기간이 1~2개월로 비교적 길기 때문에 잔금일 최대 두 달 전에 신청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다면 예비비 목적의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은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신용대출은 DSR 산정 만기가 5년으로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도 축소 효과가 크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총량 규제가 덜한 지방은행을 노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금리 상승기를 감안해 고정금리 상품이나 변동주기가 긴 변동금리 상품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진 상태다. 신용·소득이 개선됐을 때 쓸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대출 종류와 기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올해부터는 상호금융권에서도 쓸 수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