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청소노동자 이창순씨 "노후 생각하면 불안…기초연금만으로 생활 힘들어"

"아직 건강도 괜찮으니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1년 가까이 쉬어봤는데 좀 늘어지더라고요.

직장을 다니면 더 질서 있게 살게 돼요.

노후를 생각하면 솔직히 불안하기도 하고. 기초연금 갖고는 생활이 안 되는 데다 나이 들면 보험도 많이 필요하거든요.

"
서울 영등포구의 한 빌딩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이창순(72)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왕언니'다.

결혼한 딸이 낳은 손주들은 이미 초등학교에 다닐 만큼 컸다.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노년을 안락하게 보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소망이지만 이씨는 여전히 노동 현장에 있다.

47세부터 청소용역 노동자로 일했다는 이씨는 자신의 일이 "당당하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8년가량 직장에 다니며 타자수로 일하다 결혼 후 아이들 키운다고 그만뒀어요.

그러다 47세 때 청소 일을 시작했죠. 어떤 사람들은 '너무 홀대받는 직업 아니냐'고 하던데, 내가 움직인 만큼 버는 정직한 직업이라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자녀들도 그렇게 봐줘요.

"
[우리이웃 새해소망] 당당한 '노년 노동'…"계속 일터에 있고 싶어요"
일을 시작한 계기는 집안 문제였다.

결혼 후 시댁에는 용돈을 많이 보내면서도 친정은 그만큼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늘 마음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일자리를 알아보다 선택한 것이 청소 노동이었다.

이후 남편에게 경제적 문제가 생겨 빚까지 지는 바람에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오랜 기간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었다.

그는 "보험회사라도 다녀볼까 했지만 누군가를 설득할 언변이 못 되고, 청소 일을 하다 중간에 다른 일자리도 찾아보려 했는데 나이 먹고 일자리를 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들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간병하느라 1년 가까이 쉰 것 외에는 25년간 일손을 놓은 적이 없다.

"언니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일터에서도 경험과 성실함을 인정받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고용계약 등에서 남들과 다른 취급을 받는 상황이 있어 씁쓸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은 다 업체에서 계약기간을 1년으로 했는데 저만 6개월로 한 경우도 있어요.

나이가 많으니 그렇더라고요.

나이가 많으면 건강도 안 좋고 어딘가 부실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해요.

용역업체에선 그걸 모르는 거죠. 업체가 바뀔 때는 신경이 쓰여요.

"
이씨의 새해 희망은 "올해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새해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이곳에서 일하는 게 즐거워 더 있고 싶지만 만약 뜻대로 안 된다면 파트타임이라도 알아보려고요.

나이가 들었어도 일을 계속하는 게 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이씨의 바람이다.

그가 일하는 '아파트형 공장'에는 소규모 업체가 주로 입주해 있는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다 건물을 떠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는 "새해에는 코로나가 꼭 누그러지고 경제도 활성화해 모든 이들의 삶이 나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