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게 풀어낸 SF…고요한 수면 아래서 소용돌이치는 작품"
"한국 콘텐츠 긍정적으로 발전 중…20년 후 기대돼"
"촬영 초반에는 '살다 살다 우주복까지 입어보는구나' 하며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감사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죠. (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서 우주생물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송지안 역을 맡은 배우 배두나(42)를 30일 화상으로 만났다.

'고요의 바다'를 통해 처음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에 도전한 그는 원작인 동명의 단편영화에 흥미를 느껴 출연하게 됐다며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감독님께서 굉장히 영리한 방법으로 SF 장르를 풀어냈다고 생각했어요.

SF이지만 기술이나 과학적인 부분보다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몰입시키는 것에 반했거든요.

제가 외국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나 '주피터 어센딩' 같은 SF를 찍으면서 '예산의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한국 예산으로 만든 SF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원작을 보고 왠지 이 사람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원작과 시리즈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원작이 시라면 시리즈는 소설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차별점이라면 넷플릭스의 자본력으로 더 볼거리가 많아지기도 했고, 정말 좋은 배우들이 함께하면서 (작품이) 더 풍부해진 것 같다"고 자랑했다.

하나뿐인 언니가 죽기 전 남긴 메시지의 비밀을 풀기 위해 달 원정대에 합류한 송지안 박사를 연기한 그는 덤덤한 표정 속에 숨겨진 깊은 울림을 시청자들에게 전하며 극의 감정선을 이끌었다.

그는 "지안이는 공부만 하고 사회성도 사교성도 없는 은둔형 외톨이 같은 스타일"이라면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최항용 감독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굉장히 말이 없으시고 한 번도 자외선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얼굴이 하얗거든요.

(웃음) 감독님의 모습을 보면서 지안이라는 인물을 많이 잡아갔죠."
'고요의 바다'는 물이 고갈된 세상,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달에 위치한 폐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기후변화, 부족한 자원으로 인한 경쟁, 계급 문제, 연구윤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두나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면서 "제가 나서서 '환경을 지킵시다'라고 하는 건 잘 못하지만,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좋다"고 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라는 평가에는 "요즘 자극적인 것으로 초반 1회에서 시선을 잡고 가는 작품들이 많은데 저희는 그 공식을 따라가지 않았다"며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소용돌이가 치는 드라마이지 외부에서 파도치는 작품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시즌 2 제작 전망을 두고는 "작가님이나 제작진들과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뒷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원들이) 지구로 안 가고 지안의 말대로 국제우주연구소에서 따로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비밀의 숲'·'킹덤'·'고요의 바다'뿐 아니라 영화 '#아이엠히어' 등으로 쉴 새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배두나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부딪치는 것이 저의 전투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장르나 주·조연 가리지 않고 작품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을 시작으로 라나 워쇼스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8' 등으로 일찍부터 해외 무대로 영역을 넓혀 온 그는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에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데뷔한 1999년도부터 지금까지가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생각해요.

정말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변화도 빨랐죠. 그래서 20년 후에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 같아 기대돼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