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로 생활하는 새들이 가끔 홀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길 잃은 철새를 뜻하는 미조(迷鳥)다.

태양과 별로 방향을 찾는다는 새의 머릿속 내비게이션 이동 경로를 벗어난 곳에서 홀로 관찰되는 것이다.

서·남해안과 경남의 주남저수지와 우포늪 등 내륙 습지에서 주로 월동하는 노랑부리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천연기념물 제205-2호)가 강릉 남대천에서 열흘 넘게 관찰되고 있다.

부리의 끝이 노란 주걱 모양을 한 노랑부리저어새는 생김새가 비슷한 백로와 어울리기도 하고 왜가리 사이에서 강한 바람과 맞서 추위를 견디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혼자 생활해서인지 매우 민감해 맹금류 흰꼬리수리가 사냥을 위해 남대천에 나타나면 어떻게 알았는지 이를 가장 먼저 눈치채고 황급히 날아올라 위험장소를 피하기도한다.

강바닥을 휘저어 먹이를 잡으면 이를 빼앗으려는 갈매기의 텃새를 받기도 하고 무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혼자 생활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혼자 있어서 눈에 잘 띄어 탐조객이나 작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지난 10월 하순 인근의 하천에서는 혹고니(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천연기념물 제201-3호)가 혼자 쓸쓸하게 유영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고니류는 가족 등 무리로 생활한다.

며칠 후에는 경포호에서 10여 마리의 혹고니가 10여 마리의 큰고니(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천연기념물 제201-2호) 가족과 함께 어울려 모습이 관찰됐다.

이후에는 큰고니 한 마리가 경포호에서 이틀 머물다 날아가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속초 청초호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혹고니 1마리가 목격됐다.

요즘 강릉 남대천 하구에는 황오리 한 마리가 외로이 홀로 지내고 있다.

황오리는 5∼6마리의 작은 무리에서 200∼300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로 생활하는데 쇠오리 무리 속에서 쉬거나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몇 시간씩 안 보이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거대한 군무로 유명한 가창오리도 남해안이 아닌 동해안에서는 쇠오리 무리 속에서 가끔 혼자 있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유부도와 금강하구 갯벌 등 서·남해 연안과 갯벌에서 큰 무리를 지어 사는 검은머리물떼새(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천연기념물 제326호)도 가끔 길을 잃고 동해안에서 혼자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나는 힘이 강해서 온종일 날아다녀도 물 위에 내려앉는 일이 거의 없고 한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로 알려졌던 군함조가 경포호에서 예전에 관찰되기도 했다.

새가 이처럼 무리생활에서 벗어나 길을 잃어 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태풍 등 급격한 기상변화나 전자기파의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길을 잃어 혼자 와 더 빛나는 미조.
그래서 미조는 더 아름답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