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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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자동차를 찾는 수요는 늘었지만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제대로 생산을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내년 상황도 불투명하다. 올해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생산량이 눈에 띄게 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車 생산 350만 대 선도 무너졌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펴낸 ‘2021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2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자동차 생산량이 348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350만6774대) 대비 0.85% 줄어든 규모다.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350만 대를 밑돈 것은 2004년(346만9464대) 이후 17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던 2009년(351만2926대)보다 생산량이 줄었다.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3년 연속(2019~2021년) 400만 대를 밑돈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연간 400만 대 생산은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상황이 계속되면 부품업체는 물론 일부 완성차업체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한국 자동차 생산량을 뒷걸음질치게 한 원인으로는 반도체 공급난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시장의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었지만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제조사들이 생산라인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8415만 대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3.8% 증가한 수준이다. LMC오토모티브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올해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가 100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400만 대 생산 불가능

국내 판매도 부진했다. 올해 내수 판매량은 173만 대(수입 브랜드 포함)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9.0% 줄어든 규모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가 안 팔리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대표 브랜드 차를 구매하려면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차종은 1년 넘게 기다려야 차를 받아볼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생산량 17년 만에 '최저'
수입차 브랜드는 예외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30만5000대 수준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수입차가 전체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9% 수준으로 관측된다. 예년(16~17%)과 비교하면 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해외 제조사들도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워낙 수입차를 많이 찾기 때문에 물량을 과거보다 더 많이 배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은 선방했다. 올해 자동차 수출은 205만 대로 전년 대비 8.7%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글로벌 판매 3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내년 자동차 생산량을 360만 대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3.4% 늘어난 규모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협회 측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출시될 예정인 신차가 6종에 불과하고 정부의 지원책이 줄어들어 내수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 규모는 올해보다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부 규제 강화와 노조 장기파업 가능성 등 국내외 변수 때문에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