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일본 접촉 성과 적어" 일본이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후쿠시마(福島) 수산물 수입금지 문제를 결부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국의 CPTPP 가입 절차에서는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도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과학적 평가에 토대를 둔 정보를 발신하는 등의 '후효히가이'(風評被害, 풍평피해) 대응도 강하게 요구받게 될 것 같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올해 1∼11월 일본산 수산물의 산지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아 적발된 사례가 203건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최다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 수산물 후효히가이 확대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서 이같이 관측했다.
후효히가이는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뜻하는 일본어다.
시중에 유통되는 후쿠시마 수산물 등은 안전함에도 이를 기피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에 의해 생기는 부작용이라는 일본 측의 주장이 깔린 표현이다.
문제는 CPTPP에 새로 참가하려면 일본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가입 추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CPTPP 회원국과의 접촉에 관해 "일본의 경우 다른 문제와 연계되며 소극적이어서 접촉이 많지 않았고 많은 성과가 없었다"고 이달 15일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말했다.
일본이 수산물 수입금지 문제와 한국의 CPTPP 가입을 연계해 다루겠다는 의사를 정부 차원에서 표명한 사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그간 일본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후쿠시마 식품 재개를 요구해 왔으며 일본 정치권이 자국 수산물에 대한 한국의 정책을 계속 문제 삼은 점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만의 경우 덩전중(鄧振中) 무역협상판공실 대표가 CPTPP 가입 교섭을 하면서 후쿠시마 생산품 등 일본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해제를 일본 측과 협의할 것이라는 뜻을 올해 9월 CPTPP 참가 신청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표명했다.
갈등 사안과 관련해 평소 한국 비난에 앞장서 온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이달 13일 "한국의 현 정권은 후안무치(厚顔無恥·뻔뻔해서 부끄러움을 모름)!"라며 "일본을 포함한 비준 8개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가맹 교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에 관해 트위터에 글을 썼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국이 후쿠시마현 등의 수산물을 수입 금지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일본의 주장을 기각하는 최종 판단을 2019년 4월 내렸다.
만약 일본이 CPTPP 가입을 조건으로 한국에 수입금지 해제를 요구할 경우 한일 간 줄다리기가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