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朴 명단 올려 '원포인트 사면위' 소집…그 일주일 전 문대통령 지시 있었다
문대통령-박범계 '핫라인' 가동 속 극소수만 공유…MB·이재용, 애초 배제
"비서실장도 몰랐을 것"…법무부, 민정라인 통해 朴 건강 상태 상세 보고
[박근혜 사면] 文 '철통보안' 속 일주일 전부터 준비…건강문제 변수 된듯
문재인 대통령이 일주일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준비시킨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에조차 '철통보안'이 지켜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발표 직전에 문 대통령이 기조를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주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염두에 두고 법무부를 통해 관련 절차를 극비리에 진행했다는 것이다.

여당 지도부에는 이날 오전 8시30분∼9시 정도 돼서야 통보가 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린 20∼21일보다 일주일가량 앞서서 박 전 대통령을 사면 심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의중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박 장관은 21일 오후에 사면심사위원회를 '원포인트' 형식으로 열고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집중 논의하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그렇게 하라는 확답을 받았다.

이런 준비과정은 문 대통령과 박 장관의 직접소통 형식으로 진행된 탓에 청와대는 물론 법무부에서조차 이를 아는 사람이 극소수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실장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의 주요 참모들은 하루 전까지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결국 21일 박 전 대통령이 포함된 사면 대상 명단을 놓고 사면심사위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하는 의견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했으나 두 사람은 애초에 사면 대상 명단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전직 대통령 사면에 미온적이던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두 사람을 배제하면서까지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기로 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사면] 文 '철통보안' 속 일주일 전부터 준비…건강문제 변수 된듯
여기에는 최근 들어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수감 중 지난달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2017년 3월 31일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올해 1월과 7월에도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근래에는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여 이와 관련한 진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질환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라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비교적 자세하게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병세가 더 위중해진다면 야권을 중심으로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정에 가해지는 부담도 더욱 커질 수 있는 탓이다.

여권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사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상당한 변수가 된 것만은 맞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