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 /자료=한경DB
판교테크노밸리 /자료=한경DB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기업들이 자리잡은 판교·분당이 뜨겁습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판교와 성남시의 핵심업무지구를 지칭하는 BBD(Bundang Business District)의 공실률은 제로(0%)입니다. 가게 두 곳 중 한 곳은 비어 있는 명동의 상권과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불과 10년 만에 판교는 강남의 위상을 흔들 정도의 우수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대형IT기업 사이에서 직접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판교를 선호하는 기업들은 넘쳐납니다. 지난 3년간 판교를 1순위 임차 후보지로 희망했던 기업의 실제 계약 권역은 분당이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판교지역에서 사무실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임차수요는 분당으로 향한 겁니다. 판교에 오피스를 구할 수 없다면 거리라도 가까운 분당지역 사무실을 구한 회사가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2009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마곡도 마찬가지입니다. R&D업무지구라는 명확한 지역정체성을 가진 마곡의 업무지구 조성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르웨스트와 원웨스트라는 초대형개발사업이 완공되면 오피스 재고량은 판교와 유사하게 성장할 겁니다. 나이스지니데이타(Nicezinidata)에 따르면 마곡은 팬데믹 이후 서울에서 음식업 매출이 오른 지역 4위에 꼽혔습니다. 17만명의 고급인력이 근무하게 될 마곡의 성장세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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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의 선전과 함께 아파트의 가격 또한 많이 올랐습니다. 판교는 2009년에 입주한 백현2단지휴먼시아 전용 84㎡가 지난 8월 21억을 기록했습니다. 5단지, 6단지 또한 20억에 가까운 19억8000만원, 19억4500만원으로 20억원에 안착하는 모양새입니다. 마곡도 마찬가지입니다. 마곡엠밸리7단지 전용 84㎡는 지난 9월 17억5500만원에 거래되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현재 매물이 거의 없습니다. 마곡이 있는 강서구의 최고가 순위 아파트는 대부분 마곡지구 내에 있습니다.

이렇게 직주근접의 도시인 판교와 마곡의 가장 큰 특징은 클러스터(cluster)입니다. 관련업종이 집적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판교는 IT, 마곡은 R&D입니다. 서울생활권계획을 살펴보면 7광역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일자리가 많거나 앞으로 많을 곳입니다. 서울에서 일자리가 많기로 대표적인 지역인 가산동 또한 7광역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많은 지하철역 1위로 뽑히기도 한 가산디지털단지역을 직주근접이라고 언급하기는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특정산업이 모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는 많지만 특정산업의 고급일자리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고급인력이 상주하는 대기업이 많다는 점도 큰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핵심임차인(Key Tenant)의 역할을 하면서 주변의 수요를 끌어당기게 됩니다. 판교의 네이버·카카오, 마곡의 LG를 말합니다. 대기업이 많다는 점은 오피스 공급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이 사옥을 짓고 입주하기 때문입니다.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많으니 주변지역으로의 확장이 이루어집니다. 전매제한 또한 공급을 막는 큰 이유입니다. 판교는 10년, 마곡은 5년 동안 사옥을 팔 수 없습니다. 판교테크노밸리 빌딩에 대한 ‘10년 전매제한’은 이제 줄줄이 풀리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2006년 용지 분양을 시작해 2011년경 완공된 주요 빌딩들이 올해부터 매매가 가능해지면서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성 초기 평당 1천만원에 불과했던 부지 가격은 이제는 1억원을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도선매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수요가 넘치니 이를 충족하기 위한 대형개발사업은 계속 진행될 예정입니다. 판교는 아예 제2판교, 제3판교를 만들 겁니다. 마곡은 원웨스트, 르웨스트, 그리고 가양코엑스 등 3조원 이상의 대형개발사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이런 대형개발사업은 그 지역에 계속적인 호재로 작용하면서 아파트뿐만 아니라 비(非)아파트 상품까지 완판 행진을 이끄는 중입니다. 마곡 르웨스트의 생활형숙박시설은 평균 경쟁률 657대1을 기록하면서 분양직후 억대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입주 초기 미분양이 많았던 판교와 마곡이 이렇게 바뀐 데에는 ‘미래의 고급일자리’의 힘이 컸습니다. 직주근접은 주거뿐만 아니라 상업용부동산도 춤추게 만들 수 있습니다. 2021년11월 현재 2030세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 또한 직주근접의 배후 주거지인 관악구, 광진구, 영등포구 등입니다. 투자목적과 교육환경 때문에 주택을 구입했던 베이비붐세대와 다르게 MZ세대들은 직장과의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직주근접이 중요시되면서 주택 구매여력이 높은 전문직, 연구직, 대기업 직장인 등이 많은 업무밀집지역의 주거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직주근접보다 더 강력한 투자격언은 없는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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