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 검찰 공간, 32년 만에 없어지나…"부적절한 동거" vs "국민에 피해"
법원, 청사 내 검찰 공판부에 '26일까지 퇴거' 공문…검찰 반발(종합)
서울법원종합청사 내에 상주 중인 검찰 공판부에 대해 법원이 퇴거 명령을 내렸다.

퇴거 기한이 임박한 가운데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청사 사용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오래된 갈등이 다시금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서울법원종합청사 관리위원회 결의에 따라 지난달 19일 서울고등·중앙지검에 공문을 보내 법원 청사 12층에 마련된 공판부 검사실 상주 인원에 대해 이달 26일까지 퇴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3월부터 검찰에 공판부 검사실 퇴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속해서 보냈다고 설명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 본부 또한 최근 법원 청사 곳곳에 검찰 공판부의 퇴거를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노조는 "기소기관과 판결기관이 함께 있는 것은 국민 법 감정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주의 재판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이런 '부적절한 동거'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법원과 검찰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내 검찰 공판부는 1989년 서초동 법원 청사가 신축될 당시부터 존재했다.

법원은 과거 청사 공간 부족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검찰에 해당 공간을 비우라는 요청을 해왔지만, 검찰 공판부는 현재까지 이 공간을 계속 사용해왔다.

이런 갈등은 올해 들어 부쩍 고조됐다.

법원이 공판부 검사실로 향하는 통로 한편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통행로 일부를 막으면서다.

이를 두고 검찰에서는 화재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대피로로 활용할 수 있는 출입구마저 없애버렸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기록 열람·등사를 위해 공판부를 찾는 민원인들에게도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원은 스크린도어 설치는 민원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이고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개방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026년께 법원과 검찰 청사 사이에 들어설 예정인 '형사기록열람등사센터 및 공판부관(가칭)' 건설이 완료되면 법원 내 공판부를 이곳으로 옮겨올 계획이다.

다만 건물 완공까지는 앞으로 4∼5년이 더 소요될 예정인 만큼, 완공 전까지는 기존대로 법원 내 공간을 사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검찰은 법원 내 공판부가 대안 없이 급작스럽게 퇴거하는 경우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법원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원은 2019년부터 검찰에 여러차례 퇴거를 요청했는데도 검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약 3년 간 이어진 법원의 협의 시도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검찰이라는 주장이다.

법원이 정한 퇴거 기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법원이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검찰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양측의 갈등이 더욱 격화할 우려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