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내장된 ‘e심(eSIM·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 서비스’가 내년 9월 본격 도입된다. 유심(USIM)처럼 끼웠다가 빼는 작업이 필요 없는 편리한 형태다. 스마트폰 한 대로 데이터는 A통신사의 알뜰폰 요금제를 쓰고, 통화 서비스는 B통신사의 일반 요금제를 이용하는 ‘요금 테크’가 가능해진다. 비대면 개통은 물론 스마트폰 한 대로 번호 두 개를 쓰는 일도 쉬워진다.
폰 하나로 번호 두 개 쓴다…e심 내년 도입

유심보다 절반 이상 싼 e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스마트폰 e심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9월 1일부터 스마트폰 e심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e심은 유심처럼 가입자 정보를 담은 인증 모듈로 통신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칩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유심과 달리 스마트폰 안에 내장돼 있다. QR코드 등을 통해 통신사의 프로그램 파일을 내려받기만 하면 개통된다. 비대면·온라인으로 스마트폰 개통이 가능해 편리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현재 통신사 유심 판매 가격은 7700원, 스마트워치에 들어가는 e심 비용은 2750원이다. 내년 상용화될 스마트폰용 e심도 2000~3000원 선이 될 전망이다.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유심과 e심을 다 이용하는 ‘듀얼심’도 가능해진다. 해외에선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e심 서비스를 도입할 정도로 e심이 활성화돼 있는데, 그 주요 배경이 듀얼심에 있다. 특히 미국, 중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는 지역마다 통신사별 서비스 품질에 차이가 나서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듀얼심을 많이 쓴다.

한국은 하나의 통신사로도 전국 어디서나 일정한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듀얼심 수요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통신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은 소비자에겐 듀얼심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령 데이터 이용은 값싼 알뜰폰 요금제를 쓰고 그외 통신 서비스는 멤버십 혜택이 좋은 통신사 요금제를 이용하는 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일상용·업무용 번호를 따로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듀얼심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5G 서비스 활성화에도 도움

5세대(5G) 특화 서비스를 하려는 기업도 e심 도입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비(非) 통신사에도 통신 주파수를 할당해 일정 지역에서 5G 기반 로봇·스마트팩토리·메타버스 등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5G 특화망’ 사업이다. 이때 특화망 서비스 지역에선 통신사 유심을 쓰는 스마트폰 고객의 통신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듀얼심을 쓰면 e심은 특화망에 연동할 수 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원활해진다. 결과적으로 e심과 듀얼심 도입은 5G 특화 서비스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네이버클라우드가 5G 특화망 사업자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는 내년 9월부터 스마트폰 e심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상호접속기준, 무선설비기술기준 등의 ‘심(SIM)’ 개념에 e심도 포함한다. 듀얼심 이용 시 두 개 회선 모두 선택약정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고시 개정도 추진한다. 단 공시지원금은 두 개 회선 중 하나에만 지급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e심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통신 3사는 e심 및 듀얼심을 수용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을 개발한다. 스마트폰 분실 시 하나의 회선만 신고해도 두 회선 모두 차단 가능한 시스템 개발도 추진한다.

e심 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 유럽의 3개 통신사가 e심 서버 공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통신사·심개발업체 등의 수요를 반영해 e심 연구개발 지원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