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국가적색목록 취약(VU), 천연기념물 제243-4호의 귀한 몸이다.
90㎝ 정도 크기의 대형 맹금류인 흰꼬리수리는 겨울을 우리나라에서 지내는 대형 맹금류 가운데 대표적 겨울 철새다.
맹금류는 갈고리 모양으로 굽은 날카로운 부리와 날카롭게 휜 발톱을 갖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성 조류다.
맹금류는 조류의 먹이사슬 중에서 단연 최강자다.
새들 사이에서는 꿀릴 게 없다는 의미다.
강릉 남대천에는 현재 2마리의 흰꼬리수리가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겨울이 깊어지면 추가로 1∼2마리가 더 올 가능성이 있다.
그런 흰꼬리수리에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겁 없이 대드는 텃새가 있다.
갈매기와 까치, 까마귀가 그들이다.
'똥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속담처럼 자신들의 영역에 겨울이면 찾아오는 철새가 못마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대천 흰꼬리수리는 하천 주변의 산 높은 나무에 앉아있다가 하천으로 나와 물고기를 사냥하거나 남대천의 뭍에 앉아 있다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습성을 가졌다.
그런데 갈매기가 물고기를 잡아가는 흰꼬리수리를 악다구니를 쓰며 쫓아가 괴롭히며 못살게 군다.
그도 그럴 것이 갈매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놓으면 어김없이 흰꼬리수리가 나타나 이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앉아서 쉬는 흰꼬리수리에게는 까마귀와 까치, 갈매기가 협동 작전을 편다.
까마귀와 까치가 빙 둘러싸 꼬리털을 물거나 계속 귀찮게 하고 갈매기는 갑자기 상공에서 접근해 소리를 꽥 지르면서 위협한다.
결국 흰꼬리수리는 귀찮은 듯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를 사냥해 뭍에서 먹다가도 이들이 몰려와 귀찮게 하면 먹이를 발톱에 달고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자기 영역에 들어온 흰꼬리수리를 동네 조폭처럼 위협하고 못살게 구는 셈이다.
흰꼬리수리에 앞서 남대천을 찾은 철새 물수리도 이들의 협공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물수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국제지정 보호종으로 뛰어난 시력, 날카로운 발톱을 자랑하는 매목 수리과의 맹금류다.
물고기를 향해 내리꽂는 순간의 속도는 무려 시속 1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날쌘 물수리도 물고기를 잡아 먹이터로 가는 동안 갈매기한테 엄청나게 시달린다.
갈매기가 계속 쫓으면 물수리는 아주 가끔은 애써 잡은 물고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몸집이 큰 말똥가리도 까치나 까마귀의 시달림을 받는다.
전봇대 등에 앉아 있다가 쥐나 새를 잡아먹는 말똥가리는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까치와 까마귀의 겁 없는 도전을 수시로 받는다.
서로 째려보는 모습이 압권이다.
겨울을 나기 위한 우리나라를 찾은 먹이사슬의 상위층 맹금류도 텃새들의 도전에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