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정책에 국민 15명 쓴소리…신간 'K-방역은 없다'
자영업자와 의사·법조인·대학교수 등 국민 15명이 각자의 시각에서 지난 2년간의 이른바 'K-방역'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책이 나왔다.

신간 'K-방역은 없다'(골든타임)는 일관성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과 백신 확보 실패, 방역정책으로 인한 인권침해까지 K-방역의 이면을 들추는 목소리들을 모았다.

광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배훈천씨는 "정부가 자랑스러워하는 K-방역의 금자탑이란 한숨과 눈물로 무너져내린 소상공인의 희생탑에 다름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유행 확산 때마다 '짧고 굵은 방역'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어중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으로 일관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말려죽이는 방역"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영업시간과 모임 인원만 늘렸다줄였다 하는 식의 방역수칙이 형평성도, 실효성도 없다고 지적한다.

이형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정부가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집착하다가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앞다퉈 화이자·모더나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와중에 '안전성과 효과성이 불확실하다', '조급하게 굴지 않는다'며 주저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제때 백신을 도입하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안' 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방역정책에 국민 15명 쓴소리…신간 'K-방역은 없다'
신평 변호사는 방역이 정치와 결부되면서 엉뚱한 촌극이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백신 물량이 부족하던 올해 2월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백신 유통 모의훈련을 벌이고 급기야 테러단체의 습격에 대비한다며 대테러훈련까지 했다.

신 변호사는 "당시 이미 세계 100여 개 국가에 백신이 유통되고 있었고, 테러단체가 백신이 거의 없는 한국을 상대로 탈취를 위해 기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한마디로 말해 정치쇼에 불과했다"고 꼬집는다.

매일 집계되는 국가별 확진자 수를 두고 '늘어나면 방역실패, 줄어들면 확진자 은폐'라는 식의 아전인수가 횡행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몇 달간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국가별 초과사망자, 양성판정율, 중증환자 수 등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일본 정부가 검사를 줄여 확진자 수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일본은 고령자 비율과 인구밀집도가 높아 방역에 불리한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한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와 달리 '선방'했다는 게 장 교수의 평가다.

방역에 집중하느라 시민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귀 기울일 만하다.

임무영 변호사는 강제격리·집합금지로 대표되는 방역정책이 신체·집회·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적절한 방역조치를 취하지 못해 본질적으로는 생명권이 위협받았다고 했다.

질병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감염병예방법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편다.

이 책은 이형기 교수가 지난 9월 말 페이스북에 공저자 모집 글을 올리면서 기획됐다.

이 교수는 서문에서 "지금까지 그런 것처럼 앞으로도 정부는 백서나 보고서 발간을 통해 K-방역의 업적을 더 많이 홍보할 게 분명하다"며 "따라서 이 책은 정부 발간 백서에는 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K-방역의 문제점, 실패, 굴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450쪽. 1만9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