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못 하는데 매달 할부 부담만…화물차 기사들 '생계난' 호소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원인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충남에 거주하는 최수영(가명·3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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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없어서 영업용 화물차를 석 달째 그냥 세워두고 있어요.

"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차질로 차량용 반도체 부품이 부족해지자 차량을 수리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들이 영업을 못 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화물차 기사는 억대 가격인 차량을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차량 수리를 기다리면서 정상적으로 영업도 못 하고 매달 할부 값을 내야 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OK!제보] "할부 값만 750만 원"…부품 없어 석 달 멈춘 화물차
충남 A시에서 덤프 차량을 몰고 있는 기사 최수영 씨는 지난 9월 차량이 고장 난 후 지금까지 수리를 받지 못했다.

최씨는 "현재 교체가 필요한 부품은 차량의 메인 컴퓨터인 ECU(전자제어장치) 반도체"라며 "부품이 없어 석 달 동안 일은 일대로 못하고 할부 값만 750만 원이 나갔다"고 전했다.

그는 "차량을 맡겨 놓은 A시 서비스 센터에만 차량용 반도체 부품이 없어 수리 대기 중인 화물차가 4대"라며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은 이해하지만 화물차 기사들은 차량이 고장 나면 당장 생계가 끊기는 만큼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 김성진(가명·50대)씨는 "현재 경기도 소재의 한 서비스 센터에 차량이 두 달째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차량 할부 값이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데 당장 생활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정식 업체가 아닌 곳에서 중고 ECU 반도체로 교체하고 싶어도 가격이 새 제품의 두 세배인 250만~300만 원이라 엄두가 안 난다"고 덧붙였다.

38년 경력의 화물차 기사 이희수(가명·50대)씨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이 없어 지난 11월 약 한 달간 영업을 못 했다"며 "화물차 기사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이나 다름없는데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영업을 중단한 동료 기사가 주변에 세 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OK!제보] "할부 값만 750만 원"…부품 없어 석 달 멈춘 화물차
보통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반도체 부품은 ECU부터 소형 트랜지스터까지 약 200~300개에 달하며 최첨단 전기차에는 최대 500개의 반도체 부품이 들어간다.

만약 차량의 핵심 부품인 수많은 반도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는 "수요 증가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이 전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국내 유통망으로 일일이 재고를 확인해 부품을 수리점에 전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OK!제보] "할부 값만 750만 원"…부품 없어 석 달 멈춘 화물차
올해 초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전례 없는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만 반도체 회사인 TSMC가 내년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인 공급 차질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적체된 주문량이 상당하고 지금부터 출시되는 신차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도 매우 늘고 있다"면서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은 지나야 반도체 수급난이 완벽히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