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육청이 먼저 팔 걷었다… '기초학력 전담 교사' 양성 확산
선진국들도 코로나 이후 문해력 실태 연구·증진 방안 적극 모색
[문해력 리포트] ④ 문해력 교육은 국가 책임…"정부가 나서야 할 때"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학생들의 문해력이 크게 떨어지자 전남교육청이 올해 전국 최초로 '기초학력 전담 교사제'를 시작했다.

교육청에서 제공한 '읽기 따라잡기' 직무연수를 이수한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별도의 공간에서 문해력이 취약한 학생을 대상으로 일대일 개별 수업을 했다.

자음과 모음을 인식하는 것부터 발달 단계에 맞는 글을 읽고 쓰는 수준까지 문해력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임진선 전남교육청 장학사는 "코로나 이후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 향상과 학습 격차 해소에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면서 "우리 교육청은 '이 학생은 왜 읽고 쓰지 못할까'라는 교사들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문해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교육 방법을 찾아나갔다"고 했다.

임 장학사는 "30~50회 수업 후 학생들은 교실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 교사제가 성과를 보이자, 올해 4개 교육청이 이를 벤치마킹했고 2022년에는 3개 교육청이 추가로 이를 운영할 예정이다.

◇ 지역 교육청 개선 노력…"궁극적으로 '읽기문화' 정착돼야"
전남교육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교육청이 코로나 이후 발생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원격수업의 장기화로 디지털 기기에 길들어져 글을 읽을 순 있어도 이해를 못 하는 학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광주동·서부교육지원청은 올여름 '초등 기초학력 집중교실'을 운영했고, 2학기에는 기초학력 전담 교사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입문기 문해력·수리력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학습지원을 제공해 최소 학력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기초학력 전담 교사가 찾아가 주 2~3회 개별 또는 그룹 지도를 하고 있다.

목포교육지원청도 지난 6월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문해력 지도역량 강화 직무연수를 실시했다.

연수생은 대부분 학급에 문해력이 크게 떨어지는 학생이 있는 1~2학년 담임교사였다.

울산교육청도 같은 시기 교사들을 대상으로 중·고등학생의 문해력 실태를 파악하고, 문해력 향상 방안을 배울 수 있는 특강을 열었다.

[문해력 리포트] ④ 문해력 교육은 국가 책임…"정부가 나서야 할 때"
대구서평초등학교는 문해 교육 지원이 필요한 1~6학년 학생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8월부터 코로나 이후 급속히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장 단계별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에 '읽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병규 서울면중초 교사는 "학교에서 암기·입시 위주가 아닌 사색하는 독서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며 "교사는 책과 학생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면서 학생들이 책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안미애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읽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해야 하고, 읽은 내용을 소화해 자기 생각을 말하고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기용 경기 광주도평초 교사는 "문해력 교육은 가정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며 "다독(多讀)보다는 정독(精讀)을 통해 등장인물이 왜 이러한 말과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며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해력 리포트] ④ 문해력 교육은 국가 책임…"정부가 나서야 할 때"
◇ "국가 차원의 문해력 연구·증진 방안 모색해야"
선진국도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의 전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이에 맞는 문해력을 갖춘 흑인 청소년은 연초 대비 14%포인트 감소한 31%, 라틴계 청소년은 12%포인트 감소한 30%, 백인 청소년은 6%포인트 감소한 67%로 나타났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등은 코로나 이후 청소년의 학습 손실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국은 지난해 11월부터 7천600만 파운드(약 1천200억원)를 투입해 국가 교육 프로그램(National Tutoring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각 학교에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발해 일대일 또는 소그룹으로 전문 교사에게 12주간 문해력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대학생이 중학생에게 일대일로 문해력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문해력 수준 연구와 문해 교육 전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해력 리포트] ④ 문해력 교육은 국가 책임…"정부가 나서야 할 때"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교육부가 코로나 기간이 학생들의 문해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해야 하고, (문해력) 하위권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불거진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문해력 교육이 국가 책임이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문해력 교육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헌법적 권리'라는 소송에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판결 이후 문해력의 바탕이 되는 어휘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교과서를 도입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문해력 교육을 점검하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

주민철 서울창원초 교사는 "교육부는 교육 과정을 재구성해 학생들이 다양한 책을 읽으며 어휘력을 향상하고, 글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며 "교과서 중심이 아닌, 독서 중심의 문해 교육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기 경기도의회 의원은 "교육당국은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문 교사를 양성해, 학생들이 독서·발표·토론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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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