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담당 'MK시대' 마지막 부회장 윤여철도 물러나
하언태 후임에 이동석 거론…이광국·이원희 사장도 퇴진
부사장급 이하도 대폭 교체…전체 임원 수는 줄이기로
▶본지 12월 13일자 A1, 25면 참조
부사장급 이하 임원도 큰 폭으로 바뀐다. 각 계열사는 임원 25%가량을 퇴임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철 부회장, 20여 년간 노무담당
16일 경제계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전날 퇴임식을 열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윤 부회장 퇴임으로 오너 일가인 정태영 부회장을 제외한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임명된 부회장은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됐다. 정 명예회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용환 부회장, 우유철 부회장 등은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장단 일부가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한 부회장단이 꾸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윤 부회장은 20년 넘게 현대차그룹에서 노무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 한국 노사관계 이슈에 가장 정통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국 강성 노조의 대표격인 현대차 노조와 수시로 각을 세우면서도 노조 인사들과 활발하게 소통해 협상을 원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나 잘못된 주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인이기도 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9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를 지키자고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하고, 회사가 망하면 일자리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중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전체 생산 인력 규모는 유지해야 한다는 현대차 노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37%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 감소는 피할 수 없고, 노조도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계열사별 임원 25%씩 퇴직
그룹 최대 계열사인 현대차의 사장급 임원 4~5명도 퇴임한다. 울산공장장을 맡고 있는 하언태 사장과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이광국 사장, 현대차·기아의 생산 및 품질을 담당하는 이원희 사장 등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 사장 후임으로는 이동석 부사장(생산지원담당) 등이 거론된다.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케피코 등 일부 계열사의 CEO만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의 CEO는 대부분 지난해 임기를 시작한 데다 대부분 정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도 대폭 교체된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임원 25%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당사자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젊은 책임매니저(옛 부장 직급)를 임원으로 승진시켜 세대 교체를 꾀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복안이다. 일부 계열사는 과거 임원이 맡던 직책(실장) 일부를 책임매니저에게 맡길 계획이다. 전체 임원의 숫자는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기업에서 미래 기술 관련 인재를 대거 영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보기술(IT) 및 소프트웨어(SW) 관련 인재가 1순위라는 게 중론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한 이후 시작된 현대차그룹 인적 쇄신이 이번 인사로 일단락됐다”며 “조직을 최대한 민첩하게 탈바꿈해 글로벌 시장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