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효과 높이는 식이요법
요즘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과거에는 무거운 중량을 들고, 열심히 걷고 뛰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일반인들도 운동에 관한 지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운동만큼이나 영양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운동만 해서는 몸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이들은 “운동보다 먹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영양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오른 《피톨로지 피트니스 영양학》의 저자 이호욱 영양사(사진)를 만나 스포츠 영양학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들어봤다.
○운동과 영양 섭취는 상호 보완적 관계
이 영양사는 “운동과 영양 섭취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는 “운동과 영양 섭취를 함께 챙기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제대로 된 영양 섭취는 근육을 키울 때는 물론 다이어트할 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현대인의 영양과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너무 많이 먹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이 영양사는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누구나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시대”라며 “많은 양을 먹거나 음식의 질을 챙기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너무 많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 질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죄가 없다
영양 섭취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지방 섭취를 죄악시하는 것이다. 이 영양사는 “지방은 단위 무게당 칼로리가 다른 영양소에 비해 높을 뿐이지 지방을 먹어서 살이 찌는 건 아니다”며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찌지만 내 몸에서 필요한 에너지만큼만 먹으면 지방 섭취 때문에 살이 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근육 운동을 하기 전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 중 하나다. 음식물을 섭취하더라도 몸에서 이를 바로 에너지로 치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운동하면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위약 효과에 가깝다는 게 이 영양사의 설명이다. 그는 “식사 후에는 오히려 몸이 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힘이 분산된다”며 “밥을 먹고 운동하는 게 되레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몸을 키우기 위해 닭가슴살만 먹는 식단도 올바른 식습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영양학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영양사는 “닭가슴살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지방 함량이 적은 단백질 공급원일 뿐 닭가슴살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닭가슴살에 소금이나 소스를 뿌리지 않고 굳이 ‘맛없는’ 닭가슴살을 먹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먹는 양만 조절할 수 있으면 양념을 해도 좋다”며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먹는 양을 통제하기가 쉽다”고 했다.
○“메뉴 주도권을 쟁취하라”
평생의 고민이 다이어트인 이들은 어떻게 하면 살을 쉽게 뺄 수 있을까. 이 영양사는 다이어트가 고민인 이들에게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다이어트를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몸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되레 더욱 살을 찌게 만든다”며 “저녁 먹는 양을 갑자기 줄였다가 새벽에 야식을 먹어 역효과가 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이 영양사는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일상 속 삶에서 작은 미션을 스스로 설정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방식을 권했다. 예를 들어 끼니마다 밥을 세 숟가락 남기기, 퇴근길에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뤄가며 조금씩 나아가라는 얘기다.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에겐 “메뉴 주도권을 쟁취하라”고 조언했다. 이 영양사는 “회식 메뉴나 점심 메뉴를 주도적으로 제안해 건강식 위주로 끌고 가는 것도 생활 속 다이어트 팁”이라고 했다. 이 영양사는 끝으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일상 속에서 먹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