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했던 한해, 연말엔 빛나리
연말은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는 시기다. 유서 깊은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들도 연말을 맞아 대표작과 신제품을 엄선한 ‘홀리데이 컬렉션’을 내놨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장인정신

피아제는 2021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아시아 앰버서더인 배우 공효진과 함께한 화보를 공개했다. 공효진은 금빛 태양을 모티브로 한 이번 신제품 선라이트 링과 선라이트 귀걸이, 목걸이 등 모두 합쳐 1억2000만원어치 제품을 착용했다. 피아제의 대표 컬렉션인 ‘포제션’의 신제품 팔찌와 목걸이, 새로 출시된 피아제 로즈 링들이 등도 포함됐다.

1874년 탄생한 브랜드 피아제는 스위스 유라에 있는 라 코토페라는 작은 마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여름엔 들판에서 일하고, 긴 겨울은 따뜻한 농가에서 쉬며 보냈다.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할 만한 일을 찾던 주민들은 스위스의 유명 시계 브랜드 제품을 제조하는 일을 했다. 그중 특히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가문이 피아제 패밀리였다. 피아제의 창립자 조르주 에두아르 피아제는 자손들과 공방을 키워가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로 정상에 오른 피아제는 1959년 주얼리로 사업을 확장했다. 보석으로 장식된 시계를 제조하던 섬세한 능력으로 보석 세팅 기술을 발전시켰다.

○보석 세공사들이 이름 걸고 키워내

반클리프 아펠은 보석 가문의 결합으로 탄생한 브랜드다. 1895년 결혼한 보석 세공사의 아들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보석상의 딸 에스텔 아펠은 1906년 프랑스 파리에 최초의 하이 주얼리 메종을 열었다. 메종(Maison)은 프랑스어로 집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는 동안 반클리프 아펠의 대표 라인 ‘알함브라’와 고유의 보석 세팅 기법 ‘미스터리 세팅’ 등이 탄생했다.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주얼리 컬렉션은 1968년 네 잎 클로버에서 영감을 받아 출시됐다. 네 잎 클로버 형태의 작품 가장자리에 비즈가 장식된 컬렉션으로 행운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프리볼’ 컬렉션도 인기다. 하트 모양 꽃잎에 섬세하게 다이아몬드를 채워 광채를 낸다.

‘하이주얼리’를 논할 때 불가리를 빼놓을 수 없다. 불가리는 그리스의 은세공사 소티리오 불가리가 188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창립했다. 불가리가 로마에 연 첫 매장은 1950~60년대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등 영화배우의 사랑을 받으며 사교계 인사들이 방문하는 만남의 장으로 활용됐다. 불가리의 상징인 넓은 밴드 모양의 ‘비제로원’ 컬렉션은 로마 건축물인 원형극장 콜로세움 모양을 본떴다. 베스트셀러인 ‘비제로원 링’은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200만 개 이상 팔렸다. 뱀이 휘감기는 모양의 ‘세르펜티’도 불가리의 대표 디자인이다.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

까르띠에는 영국 최초의 황실 보석상으로 임명된 브랜드다. 1847년 프랑스 파리 한 보석상 숙련공이었던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가 보석 아틀리에를 인수한 것이 세계 최고급 주얼리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이후 국왕 에드워드 7세로부터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벨기에, 모나코 등에서도 왕실에 보석을 납품했다.

까르띠에가 올해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엄선한 제품들은 대표 라인이자 대중에게 잘 알려진 ‘러브’, 못을 모티브로 한 ‘저스트 앵 끌루’ 라인이다. ‘러브’는 까르띠에가 1969년 발표한 남녀공용 팔찌다. 팔에 팔찌를 차면 특수 제작된 스크루 드라이버를 사용해 빠지지 않도록 고정한다. 중세시대 정조대에서 영감을 얻은 파격적인 콘셉트로 연인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상징해 인기를 끌었다.

티파니앤코는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뉴욕에서 창립했다. 1961년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첫 장면에서 오드리 헵번이 이른 새벽 커피와 크루아상을 들고 티파니앤코 매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으로 ‘여성이 선망하는 브랜드’란 명성을 공고히 했다. 한국에서는 웨딩링으로 각광받는다.

티파니앤코의 2021 홀리데이 컬렉션에는 지난해 새로 론칭한 ‘티파니 T1’ 컬렉션이 포함됐다. 티파니를 뜻하는 ‘T’를 형상화한 제품이다. 금속 볼과 체인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준 ‘티파니 하드웨어’, 1880년대 빈티지 열쇠에서 영감을 받은 ‘티파니 키’ 컬렉션도 포함됐다. 티파니앤코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오는 26일까지 홀리데이 컬렉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