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행위 조항 있어 불필요한 법" vs "온몸으로 범죄 막는 실정, 제도개선 필요"
'경찰 형사책임 감면' 법 개정 놓고 시민사회·경찰 입장차 팽팽
경찰관이 직무를 수행할 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와 경찰은 큰 입장차를 보였다.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경찰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 문제점과 대안' 긴급 좌담회에서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양 변호사는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그것이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형법 제20조)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고, 따라서 벌하지 않는다"며 법체계상 불필요한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실제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형사처벌된 사례는 극히 드물고, 형사처벌을 하게 되는 경우라도 정상을 참작해 상당히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개정안이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닌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감면하고자 하는 취지라면 이는 정당하지 않은 법 집행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자는 것과 같으므로 법치주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 상황에 따라 경찰관 개인이 적법과 위법의 경계를 판단하기 쉽지 않아 정당한 공무수행임에도 이것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선해할 순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규정을 도입한다고 해도 어차피 '긴박한 상황', '예방', '진압', '불가피' 등은 현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참여연대 통계에 따르면 2012∼2019년 처리된 공무원 독직폭행 사건은 총 7천254건인데 기소는 16건만 이뤄졌으며 기소된 경우에도 상당수 선고유예로 형사책임을 지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형사책임 감면' 법 개정 놓고 시민사회·경찰 입장차 팽팽
반면 민관기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전국대표(청주 흥덕경찰서 경위)는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이 하루에 5만건인데 주취상태 신고가 90%를 차지한다"며 "주취자가 시비를 걸거나 음주소란을 피웠을 때 과연 공권력을 작동할 것인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경계선을 넘나들기 때문에 이 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로에 위험한 주취자가 있어서 순찰차에 태우고 지구대로 데려오면 다음 날에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들에게서 강제로 연행돼 불법 감금을 당했다'면서 진정을 낸다"면서 "그럼 경찰관은 그냥 돌아와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이후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들에게 더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 과반을 차지한다는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경찰직장협의회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재발 방지 대책으로 첫 번째가 총기와 경찰장구 사용에 대한 제도 마련, 두 번째가 경찰인원 증원과 공권력 강화였다"고 말했다.

민 경위는 "경찰특공대도 테러에 준하는 인질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저격수를 배치하거나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인질이 다쳤을 때 책임은 어떻게 하느냐. 경찰의 물리력 대응 수준이 지금 그 정도다"라고 했다.

민 경위는 "법률적·제도적 보완 없이 과도한 공권력 제한으로 경찰관이 치안현장에서 온몸으로 범죄행위를 막고 있다"고 현장의 사정을 전했다.

이어 "지역경찰관 약 4만6천명 중 1년에 1만 8천여명이 범죄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칼·흉기 등에 의한 피해로 생사의 위험에 처한 상태에서 근무한다"며 "면책조항 신설로 경찰관의 형사소송 스트레스를 해소해 현장 치안력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