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육군본부 정기감사…'비인가자' 사전신청 없이 급식 이용
'기소유예' 받은 군인 절반이상, 징계 없이 근무하다 퇴직
군 장병 부실급식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급식의 질을 결정하는 식재료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급식 인원보다 많거나 적은 인원에 대해 식재료비를 신청하더라도 사후에 이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관련 지휘관의 관심도에 따라 급식의 질이 달라지는 상황이다.

부대로 출퇴근하는 '영외자'가 사전 신청 없이 영내 급식을 임의로 이용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장병들을 위한 식재료비가 간부 식사 식재료 마련에 투입되는 일도 벌어졌다.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육군본부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이 지난 2019∼2020년 부대별 식재료비의 월간 적자·흑자 비율을 확인한 결과, 육군 '급식운영 지침'상 기준인 '±10%'를 초과하지 않은 급식편성부대는 2019년 555개 부대 중 16개(2.8%), 2020년 506개 중 3개(0.6%)에 불과했다.

애초 예산에 맞춰서 급식을 운영하는 비율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반면 해당 기준을 7회 이상 초과한 부대는 2019년 173개(31.1%), 2020년 247개(48.8%)였다.

2019년의 경우 많게는 36.7%의 식재료비를 더 받은 부대도 있었다.

또 같은 해 61개 부대가 연간 가용액 기준을 초과했지만 이를 관리해야 하는 육군본부와 급식 지원부대인 급양대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급양대는 청구·결산병력 입력 적정성을 확인하거나 월별 적자·흑자에 대한 사후 지도·감독할 권한이 없어 부대별 결산자료 취합만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적정 예산이 배정되도록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보니 부대 지휘관이 누구냐에 따라, 또 달마다 식재료비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급식의 질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부대 내에서도 1인당 부식비가 어떤 달에는 4천106원, 다른 달에는 1만418원 등으로 편차가 크게 벌어진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또 "지휘관의 관심과 식재료비 청구 담당자의 업무 역량 차이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감사 결과 부대밖에서 출퇴근하는 장교·부사관 등 '영외자'가 영내 급식을 이용할 때 '사전 신청'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육군 11개 사단에서 사전 신청 없이 영내급식을 이용한 사람은 일평균 475명, 총 73만3천835끼에 달한다.

급식비 공제로 결과적으로는 비용이 지불되긴 했지만, 사전신청을 하지 않아 식재료 부족 등 영내자 급식 운영에 지장을 초래했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또 조·중·석식 중 중식의 식재료비가 가장 높은 데도 영외자가 중식을 이용했을 때 장병 1일 기본급식비의 3분의 1만 급식비로 공제했는데, 이 역시 부당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작년의 경우 비인가자가 이용한 중식 2천304만끼의 식재료비 편성액은 평균 3천744원이었는데, 급식 1끼당 공제금액은 2천831원으로 끼니당 913원이 낮았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연간 191억여원의 영내자 급식 예산이 장교나 부사관 등 영외자의 급식비에 쓰였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기간을 2017∼2020년 4년간으로 늘려보면, 영외자 8만2천여 명이 총 1억6천542만여 끼니의 영내급식을 이용했고 이로 인해 684억여원의 영내자 급식 예산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국방장관에게 영내자에게 돌아갈 기본급식비 예산이 줄어드는 일이 없도록 실제 급식 편성액에 맞추어 영외자에 대한 끼니당 공제액을 산정할 것을 지시했다.

또 각 군 영외자 급식비를 조사해 과소공제된 급식비, 과다지급된 급식비에 대한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이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201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예하 부대에 통보된 범죄사건 4천63건(3천818명)의 징계 현황을 확인한 결과, 기소유예 이상으로 범죄사실이 확정되고도 징계를 받지 않은 인원이 165명에 달했다.

이 중 89명은 징계처분 없이 계속 근무하다 퇴직했고, 46명은 징계 시효가 지나 징계처분이 불가한 상태였다.

나머지 30명도 징계시효가 남았는데도 징계조사 등의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또 형이 확정돼 당연제적된 장교·부사관 342명 중 186명은 '기소휴직' 처리가 되지 않아 기소일부터 형 확정까지의 월급을 전액 수령했고, 이 중 15명은 군 교도소에 수감된 상황에서도 월급을 모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