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이용 돕는 직원 상주, 폐점 아냐"…전문가 "디지털 금융 교육 필요" "옛말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노인들이 많은 동네라지만 어떻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30년 된 은행 문을 닫을 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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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 찬 바람까지 불던 14일 오후 2시께 서울 노원구 신한은행 월계동지점 앞. 털모자를 눌러쓰고 외투를 껴입은 노인들이 구호에 맞춰 힘겹게 팔뚝질을 했다.
모바일뱅킹 확대 등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영업점을 비대면·디지털 점포로 바꾸는 사례가 이어지자 은행을 이용하던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노원구 월계3동 주민 40여명은 이날 신한은행 월계동지점 앞에서 '신한은행 폐점 반대 주민 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지난 3일 기자회견에 이은 두 번째 집단행동이다.
이들이 한겨울 거리로 나선 이유는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의 통폐합 및 무인형 점포 전환을 막기 위해서다.
월계동 토박이라는 김종현(65)씨는 "내 말 한마디에 닫겠다는 문을 다시 열지는 않겠지만, 서운하고 속상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1987년 8월 개점한 이래 5천여 세대에 이르는 아파트 주민들이 34년간 이용해온 월계동지점은 내년 2월 14일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신한은행 장위동지점과 통폐합된다.
월계동지점이 있던 자리에는 화상상담 창구·키오스크가 배치된 '디지털 라운지'가 들어선다.
주민들은 다른 시중은행도 주변에 출장소나 지점을 두고 있지만, 올해 문을 닫았거나 영업점의 위치가 너무 멀어 이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통폐합 예정인 신한은행 장위동지점은 주민들이 사는 아파트와 3㎞ 넘게 떨어져 있다.
이들은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 은행 점포를 없애는 것이 금융 업무에서 노인의 소외를 묵인하는 일이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주민 김성은(34)씨는 "저 같은 청년들도 키오스크만 있는 가게에서는 긴장하게 된다.
무작정 직원을 없앤다고 해서 미래지향적 은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 돈으로 운영되는 은행이 공공성과 주민 편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뱅킹 이용자 증가와 시중은행의 점포 효율화 조치에 따라 오프라인 은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곳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았으며, 이 중 국민·신한·하나 등 시중은행 점포가 54곳(68.4%)이었다.
2015년 4천314개에 이르던 시중은행 점포는 지난해 3천546개로, 5년간 768개 줄었다.
연평균 153.6개의 오프라인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월계동지점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어 신규고객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존 이용고객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폐점이 아닌 디지털 라운지 전환이며, 고객들의 디지털 기기 이용을 돕는 직원도 상주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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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은행 점포 축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디지털 금융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점포 운영이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무작정 문을 열 수는 없다"면서 "세계적인 금융전문가들도 5년 안에 모든 은행 점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폐점 찬반이 아니라 어떻게 충격을 최소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주민센터 등에서 고령층도 비대면·디지털 추세를 따라가실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월계동 주민들은 오는 1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을 찾아가 인근 주민 2천여명이 참여한 '디지털 라운지 전환 반대 서명'을 전달하고 무인점포 전환 철회를 위한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