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만 이중 고통·부담"…"불편해도 방역패스 확인해야"
점심시간 이어 저녁에도 쿠브 먹통…노령층은 더 큰 불편
방역패스 과태료 첫날…"큰 불편" vs "그래도 지켜야"
식당과 카페 등지에서 방역패스(백신패스)를 확인하지 않으면 이용자와 운영자 모두에게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13일 방역패스 대상 시설에서는 큰 혼란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과태료 처분은 지나치다는 볼멘소리가 많았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의 불청객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서운 만큼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장사도 안 되는데 방역패스까지 확인하라니"
이날 저녁 방역패스 대상시설에서는 한 명 한 명 백신접종 기록 확인하느라 평소보다 바쁜 표정이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식당은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밀려든 손님으로 붐볐다.

5명 단체로 찾은 손님들은 테이블이 5개밖에 없는 매장 입구에 서서 차례로 QR 인증을 했다.

이 중 1명은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시스템인 '쿠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애플리케이션으로 QR 코드를 켜 인증하기도 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한 식당 앞에도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식당 주인 박모(45)씨는 "일할 사람 구하기도 어려운데 방역패스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잘못해 단속되면 과태료 처분이라니 가게 운영하기가 너무 불편하고 자영업자에게만 고통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과태료 첫날…"큰 불편" vs "그래도 지켜야"
비슷한 시간 대구 수성구 두산동 한 음식점 입구에도 손님들이 일일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받느라 늘어서 있었다.

방역패스 QR 코드 인증을 하거나 식당 직원에게 백신 접종을 확인시켜주느라 안에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대학가의 한 고깃집 사장 A씨는 "몇몇 손님들은 방역패스를 확인해달라고 하면 귀찮아하거나 대놓고 싫은 티를 내기도 한다"며 "과태료를 부과한다니 마지못해 정부 방침을 따르고는 있지만,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제는 너무 지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불편하긴 해도 어쩌겠습니까.

지켜야죠"
13일 저녁 부산 수영구 한 맥줏집을 찾은 서모(33)씨는 "맥주 한 잔 마시러 왔는데, 백신 접종 완료 기록을 확인받아야 하니 무척 성가셨다"면서도 "단계적 일상 회복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방역패스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음식점을 찾은 40대도 "식사 한 끼 하는 데 일일이 검사받는 과정이 필요하니 번거롭긴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엄중한 시기에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덕천동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기사를 보니 방역패스를 확인하면서 신분증도 동시에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어서 손님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가 시비가 붙을 뻔했다"며 "가게 주인과 손님 모두 불편한 일이지만, 지켜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유명 식당에서 방역패스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유명 식당을 찾은 50대는 "식당에 들어가면서 쿠브를 작동하려고 했더니 식당 종업원이 ''단골이니 (방역패스를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과태료 첫날…"큰 불편" vs "그래도 지켜야"
◇ 저녁에도 쿠브 먹통…스마트폰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어쩌나
이날 점심시간 한동안 쿠브가 작동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진 데 이어 저녁에도 쿠브가 한때 먹통이 되는 바람에 불편이 잇따랐다.

이날 저녁 부산 서구 한 식당에 손님이 6명이 방문했지만 쿠브가 제대로 구동되지 않았다.

2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쿠브에 '미접종' 상태로 뜨거나 다시 인증하라는 안내문이 뜨기도 했다.

가게 주인은 "예약 손님이라 접종 예약 여부를 구두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과태료를 무는 것 아닌가 해서 겁나기는 했지만 이미 예약한 손님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인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지 손님 탓이 아니기 때문에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28)씨도 이날 정오께 한 식당을 찾았다가 휴대전화에 QR코드를 띄우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김씨는 "네이버도, 카카오도 먹통이길래 처음에는 휴대전화가 망가진 줄 알았다"며 "스무 명 넘는 사람이 그냥 식당에 들어와 밥을 먹었다.

방역패스 의무화 첫날부터 이런 상황을 겪으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은 더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부산 한 대형 마트에 입점해 있는 칼국숫집 직원은 "점심시간에 이어 저녁 시간에도 가게를 찾은 어르신들에게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직접 접종기록을 확인하느라 진땀을 뺐다"면서 "얀센 백신으로 접종을 마친 사람 중 일부는 6개월이 지나는 바람에 입장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숙희 한무선 최은지 김솔 박성제 오수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