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식품·주거비 등 전방위 급등…연준의 긴축전환 빨라질듯
물가 급등에도 S&P 500 지수 사상 최고치…바이든 "상승 둔화"
미국, 40년만에 최악 인플레…11월 소비자물가 6.8%↑(종합2보)
미국이 거의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통제불능의 물가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전환도 빨라질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8% 급등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982년 6월 이후 최대폭 상승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6.7%를 약간 상회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직전 10월의 6.2%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

11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8% 올라 역시 시장 전망치인 0.7%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9%, 전월보다 0.5%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981년 중반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에너지는 33.3% 급등했고, 이 중 휘발유는 58.1% 폭등했다.

올해 봄부터 물가 상승의 최대 원인이었던 중고차는 11월에도 31.4% 상승했다.

식음료는 6.1%, 주거비는 3.8%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미 주택시장 위기였던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고, 식음료 또한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으로 올랐다.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소비자 수요 급증, 치솟는 주택 임차료와 원자재 가격 등이 맞물린 '퍼펙트 스톰'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갑이 두둑해진 대신 여행, 레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진 미국의 소비자들이 상품 구입에 주로 지갑을 열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델타 변이의 유행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더뎌지고, 물류 대란까지 벌어지면서 물가 급등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CPI 수치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여서 겨울철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염력이 강한 대신 증상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미크론이 아니더라도 델타 변이가 재확산할 경우 공급망에 다시 부담을 가할 수 있다.

이날 발표에 연준을 향한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연준은 내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내년 조기 금리인상의 문을 열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월 자산매입 축소액을 현 150억 달러에서 내년부터 300억 달러로 증액해 3월까지 테이퍼링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이르면 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월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11월 CPI에 오히려 안도한 모습니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4.58포인트(0.95%) 오른 4,812.02로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60%, 0.73% 상승 마감했다.

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와 거의 일치했다는 점에서 대다수 투자자들이 오히려 안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CNBC방송은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데이터 수집 이후 몇 주간을 보면 비록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가격과 비용 상승은 둔화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