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뮤지컬도 3명 기본…회전문 관객 겨냥·배우 스케줄 고려
국내 뮤지컬에서 한 배역을 두고 배우 4∼5명을 캐스팅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작에서나 많아야 3명 정도 배우에게 배역을 맡겼지만, 최근에는 소규모 작품에서도 한 역할당 3명 이상의 배우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3일 개막한 '잭더리퍼'는 주인공 '다니엘' 역할에 무려 5명의 배우를 캐스팅했다.

꾸준히 이 작품에 출연했던 베테랑 배우 엄기준뿐만 아니라 FT아일랜드 이홍기, 인피니트 남우현, 아스트로 MJ, SF9 인성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참여했다.

다니엘과 대적하는 연쇄살인마 '잭' 역에도 신성우,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 등 4명이 캐스팅됐다.

'곤 투모로우'는 약 700개의 객석을 갖춘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지만, '레베카'(약 1천200석)와 같은 수인 4명의 배우에게 주인공을 맡겼다.

이 밖에도 '칠칠'(200석), '멸화군'(330석), '더 모먼트'(250석) 등 작은 공연장에서 열리는 뮤지컬도 모두 트리플 캐스트를 완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쿼드러플(4명) 캐스팅 작품을 보면 깜짝 놀라곤 했지만, 이제는 흔히 볼 수 있게 됐다"며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에서조차 단일 배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등이 '원캐스트'를 원칙으로 하는 것에 비해 국내 뮤지컬의 '멀티캐스트' 문화는 점점 더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티켓 수익과 관련 있다.

국내 뮤지컬 팬 중에는 같은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이 많은데, 이들을 겨냥해 다양한 출연진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같은 역할을 다른 배우가 어떻게 소화하는지를 보는 게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며 "많은 배우를 무대에 올리면 'N차 관람'에 따른 티켓 수익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에 따른 스케줄 문제도 또 다른 요인이다.

뮤지컬은 개막 후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대장정을 이어간다.

스타 배우들의 경우 1년에 몇 작품을 동시에 출연하기도 하는데, 혼자서 극을 이끌어간다면 컨디션 난조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배우 에녹, 민영기는 현재 공연 중인 '레베카'와 '엑스칼리버'에서 각각 다른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에 출연하는 카이도 '엑스칼리버'를 병행한다.

그러나 일부 관객은 멀티캐스트 때문에 작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출연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한 배우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대 배우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배우들은 상대역 경우의 수가 많아져 연습량이 적어진다고 토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