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수들의 쿼드러플 점프, 처음 본 뒤 며칠 동안 충격"
"나 자신과 경쟁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프리에서 두 차례 트리플 악셀 고민중"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2년 앞둔 2016년 1월 10일. 한국 피겨스케이팅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만 11세의 초등학생 유영(현 수리고)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총점 183.75점을 차지하며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꼬마' 유영은 시니어 선수들도 하기 힘든 고난도 점프 기술을 성공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퀸' 김연아가 갖고 있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2016년은 국내 피겨계가 포스트 김연아 시대의 해법을 찾은 해였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유영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5일 2020 베이징동계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영은 다음 달에 열리는 2차 선발전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다.

유영은 담담하게 2차 선발전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만난 유영은 차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올림픽 준비 과정에 관해 입을 열었다.

특유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 마음가짐 바꾼 유영 "러시아 선수들의 독주, 한때는 큰 충격"
유영은 2016년 종합선수권대회 우승 후 주변의 기대대로 무럭무럭 자랐다.

2019년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대회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동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2월엔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메달 획득에 성공한 건 김연아 이후 11년 만이었다.

유영은 국내 선수들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력을 높였다.

국내 여자 싱글 선수 중에선 유일하게 3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점프 기술, 트리플 악셀을 구사했다.

유영은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고, 베이징올림픽 기대주로 성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유영의 성장 속도보다 외국 선수들의 성장이 더 빨랐다.

특히 러시아 유망주들은 트리플 악셀을 넘어 4바퀴를 회전하는 쿼드러플 점프를 뛰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산 정상 인근에 올라갔는데, 더 큰 정상을 본 기분이랄까.

유영으로선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유영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러시아)가 실전 경기에서 쿼드러플 점프 성공한 영상을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 없다"라며 "며칠 동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자 선수들은 무섭게 세계 무대를 평정했다.

최근엔 카밀라 발리예바가 완성도 높은 쿼드러플 점프를 앞세워 출전 대회마다 총점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영은 마음가짐을 고쳐잡았다.

그는 "처음엔 뒤처지는 느낌을 받아 속상했다"며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나 자신과 경쟁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좌절한 적은 많았다"며 "어렸을 때는 즐겁게 스케이트를 탔는데, 요즘엔 그런 마음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유영은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며 "다시 예전의 마음가짐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다짐했다.

◇ 유영의 도전 "트리플 악셀 2개 시도 고민 중"
유영은 나름대로 돌파구를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트리플 악셀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변화를 준비 중이다.

그는 "최근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떨어졌다"며 "점프 타이밍과 동선 등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영은 이달 말 전담 지도자인 하마다 마에(일본) 코치가 입국해 지도를 도울 예정인데, 이때 훈련 과정을 거쳐 완벽한 동선을 짤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트리플 악셀 점프를 늘리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현재 유영은 쇼트프로그램에서 1차례, 프리스케이팅에서 1차례의 트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한다.

모두 단독 점프다.

만약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를 추가하면 기본점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올림픽에서 3차례 트리플 악셀 점프를 모두 성공하고 경쟁자들이 실수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거둘 수 있다.

물론 위험도 따른다.

성공률이 낮은 트리플 악셀을 추가로 넣었다가 모두 실패하면 프로그램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

유영은 고민 중이다.

그는 "주변에선 트리플 악셀 점프를 더 뛰는 걸 권유하더라"라며 "실전 경기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개의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올림픽에서도 도전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단 유영은 다음 달 8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 2차전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 대회에서 2위 안에 들면 유영은 베이징 티켓을 거머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