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신규 입원자에게 입원 전 격리실에서 4일간 대기하게 한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해 정신과 의료진과 정신질환자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화장실은 물론 창문도 없는 좁은 격리실에서 정신 질환자를 4일이나 격리하게 한 것은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특별방역 대책에 따르면 현재 요양·정신병원 시설 신규 입원 및 입소자는 4일간 격리실에서 대기하며 입원 시와 격리 3일 차에 2차례 PCR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요양·정신병원 병동 내에서 집단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 정신과 병원 의료진과 가족들은 "정신과 병동과 환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정신과 병원 격리실은 환자가 심하게 흥분하거나 발작·난동을 부릴 때 안정을 취하기 위한 시설이다.
자해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해 창문이나 생활에 필요한 아무 물건도 없고 작은 침대 정도만 있다.
침대 2개가 겨우 들어갈 크기에 화장실도 없어서 용변을 보려면 의료진이 함께 가야 한다.
경기지역의 한 정신과 병원 A 원장은 8일 "정신병원 격리실은 결박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잠깐 안정을 취할 때 들어가 있는 곳"이라며 "의사의 추가 진단 없이는 2시간 이상 수용하지 못하도록 한 곳에 환자를 4일이나 격리하는 것은 심각한 치료가 아닌 형벌에 가까운 인권침해"라고 설명했다.
치료를 위해 들어온 환자의 상태가 오히려 더 악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순득 전 정신질환 가족협회장은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환자를 힘들게 병원에 데려왔는데 일반인도 버티기 힘든 독방에 가두면 그 이후 얼마나 보호자나 의료진을 원망하고 불신하겠느냐"고 말했다.
조 회장은 "격리가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시설을 갖추는 것이 우선 아니냐"며 "관련 정부 부처에 항의했지만, 대책 마련 중이니 양해해 달라는 답변뿐"이라고 성토했다.
경찰 등 사법기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휘두르거나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 중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긴급 입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달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처음 보는 주민에게 아무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두르다 체포돼 정신과 입원 조치한 외국인 여성도 이러한 사례다.
한 경찰 형사 부서 관계자는 "정신 질환이 있는 피의자가 체포 후 흥분과 불안 상태에서 바로 독방에 4일이나 격리된다면 더욱 증세가 안 좋아질 것 같다"며 "이러한 부담으로 병원에서 혹시 정신 질환 피의자를 안 받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A 원장은 "그동안 정신병원 내 집단 감염은 환자가 아니라 주로 의료진, 사회활동가 등에 의해 발생했다"며 "이번 조치는 정신과 환자를 사람이 아닌 짐짝 취급하는 과잉 조치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