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고등학교 1학년 한 교실에서는 학생 한 명이 자신의 수행평가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었다.
발표자는 자신이 흥미를 갖는 진로를 탐색해 이와 관련된 주제를 설정하고, 주제에 맞는 데이터를 찾아 수학적으로 분석해 그래프 등으로 나타내고, 결론을 도출해내기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수업 과목은 수학이었지만, 사회나 진로 탐구 등 여러 과목이 함께 다뤄진 내용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발표를 경청했고, 발표가 끝난 뒤에는 교사의 총평이 이어졌다.
표선고에서는 내년 3월부터 2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IB(국제바칼로레아) 고교과정(DP)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며, 이에 앞서 올해는 내년에 2학년이 되는 현 1학년이 DP 준비과정(Pre-DP)을 받고 있다.
이날 발표를 한 유태경 학생은 "처음에는 이런 형태의 수행평가가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있어졌다"며 "선생님들이 평가 기준에 따라 세부적으로 피드백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고 좋다"고 말했다.
허선 교사는 "수능을 준비할 때는 문제를 빨리, 많이 푸는 방식의 공부를 한다면 IB는 자기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분석하고 설명하는지를 평가한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DP 과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선고는 이날 오전 IB 월드스쿨 인증 현판식과 수업 참관 행사를 열어 그동안의 경과와 DP 운영 준비 상황을 알렸다.
표선고는 2019년부터 2년간 IB 관심학교와 후보학교를 거쳐 이번에 월드스쿨 지위를 얻게 됐다.
표선고는 우리나라에서 IB DP 과정을 제공하는 17번째 학교며, 도내 공립학교 중에서는 처음이다.
표선고 이전 16개 학교는 학급 단위로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지만, 표선고는 전국 최초로 학급이 아닌 학교 단위로 인증을 받았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계획대로라면 2023년에는 표선고 모든 학생이 DP 대상자가 되며, 같은 해 11월에 3학년 학생들이 IB본부 주관으로 DP 마지막 학기에 실시되는 '외부평가'에 응시하게 된다.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며, DP 점수로 해외 대학에 지원할 수도 있다.
이석문 교육감은 "표선고를 '한 개의 질문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평가와 수업'을 하는 공교육 혁신 모형으로 뿌리내리고, 표선지역을 초·중·고가 연계된 'IB 교육지구'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임영구 표선고 교장은 "IB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세계적 수준에 부합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가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육과정은 초등학교(PYP), 중학교(MY), 고등학교(DP), 진로직업(CP) 과정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