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유형재 기자가 강원도 동해안과 대관령 일대에서 취재하고 탐조한 조류를 비롯해 야생동물의 생태 등의 사진과 이야기를 [유형재의 새록새록]에 담아 부정기적으로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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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재의 새록새록] 낚시추 달고 사는 가마우지 '눈물'
가마우지 부리 밑에서 목걸이처럼 유난히 반짝거리는 게 포착됐다.

서너 마리의 무리와 함께 있던 가마우지는 뭐가 불편한지 계속 부리로 비벼댔고, 날개를 펴서 몸까지 흔들며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망원렌즈로 들여다보니 끔찍하게도 커다란 물고기 모양의 낚시 추가 부리 아래 살에 달려 있다.

에메랄드빛 예쁜 눈을 가진 가마우지의 눈이 애처롭기만 했다.

먹이를 잡기 위해 물속에서 자맥질을 하다 낚싯줄에 달려 있던 물고기 모양의 낚시 추가 물고기인 줄 알고 사냥을 하다 걸린 듯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낚시추 달고 사는 가마우지 '눈물'
낚시꾼이 던진 추를 물고기인 줄 알고 물려고 접근했다 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마우지 목에도 안타깝게 낚싯줄이 감겨 있다.

며칠 전부터 목격됐는데 아직은 잘 견디고 있다.

가마우지는 잠수하며 물고기를 잡는데 물속 움직임이 물고기보다 빨라 사냥의 귀재다.

엄청난 크기의 물고기도 삼킬 정도로 식성이 대단하다.

이 가마우지는 아직은 무리와 함께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비행이나 먹이 사냥 등에는 낚시 추가 장애가 될 수밖에 없어 시간이 가면 생명 유지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물고기를 엄청나게 잡아먹고 집단생활하는 서식지의 나무가 고사해 인간의 미움을 많이 받는 존재지만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낚시추 달고 사는 가마우지 '눈물'
요즘 낚시에 대한 인기가 높다.

취미로 하천이나 강, 바다에서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의 모습은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낚싯바늘과 줄 등을 손쉽게 버리거나 물속 장애물에 걸렸을 때 쉽게 끊어버리는 일부 낚시꾼들로 인해 우리와 함께 사는 다른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탐조를 하다 보면 이런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낚시추 달고 사는 가마우지 '눈물'
몇 해 전 모래사장에서 이름마저 예쁜 꼬까도요가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관찰됐다.

백사장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꼬까도요가 백사장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낚싯줄에 발가락에 걸린 것이다.

먹이를 찾을 때 부리로 조개껍데기나 조약돌을 뒤집는 습성이 있는데 먹이를 찾다 백사장에 버려진 낚싯줄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갈매기도 안타까운지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낚시추 달고 사는 가마우지 '눈물'
큰회색머리아비가 바다와 접한 하천에서 부리와 몸통 등이 그물과 낚싯줄에 칭칭 감긴 채 절규하듯 유영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큰회색머리아비는 날지 못할 정도로 줄에 감겨 있어 생존조차 위협받는 모습이었다.

날지 못하고 바다 쪽으로 떠내려가듯 유영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함께 촬영했던 한 작가는 큰회색머리아비의 눈에 눈물이 고인 듯 슬퍼 보여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고 했다.

아비목 아비과의 큰회색머리아비는 몸 크기가 69㎝로 국내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다.

이처럼 새들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아무렇지 않게 한 사소한 행동에 목숨을 잃거나 눈물을 흘리며 힘겹게 살아가야 한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낚시추 달고 사는 가마우지 '눈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