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가 내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으로, 아세안 회원국인 미얀마의 군정 끌어안기를 시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일간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지난 2일 시아누크 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6~7일 미얀마 외교장관을 캄보디아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이어 "캄보디아 총리로서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미얀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방문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정 수장을 제외한 9개국 정상만 참석한 것을 언급, "이건 문제다.
우리는 남들을 기분을 맞추기 위해 우리 자신의 집을 부수기를 불사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세안은 10개의 기둥을 가진 집인데, 지금은 그중 한 개가 부러졌다면서 "외부 파트너들을 만족시키려고 이렇게 그대로 놔둬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집을 수리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언급했다.
훈센 총리는 "아세안은 유엔과 비교돼서는 안 된다.
아세안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의견 일치(consensus)"라고 덧붙였다.
훈센 총리는 아세안 헌장은 회원국의 축출도 요구하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캄보디아는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이다.
미얀마도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10월말 아세안 정상회의,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아세안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이 허용되지 않았다.
앞서 4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나온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쿠데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사항을 군정이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세안 일부 회원국이 흘라잉 참석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내년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미얀마 방문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미얀마의 아세안 회원국 활동 재개 허용을 시사하면서 흐름이 바뀔지 주목된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내에서 미얀마 군정을 비판해 온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해 상대적 우군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37년째 장기 통치 중인 훈센 총리도 2월1일 미얀마 쿠데타 직후 "캄보디아는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다른 회원국들의 국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달 훈센 총리 주재로 화상으로 열린 제1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도 흘라잉 사령관이 불참했지만, 이는 흘라잉 참석시 유럽 정상들이 불참할 가능성을 우려해 훈센 총리가 미리 그에게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