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만에 끝난 김사니 감독대행 체제
레전드의 씁쓸한 퇴장…파국으로 끝난 IBK기업은행 사태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는데, 죄송한 마음이 크다.

"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김사니(40) 감독대행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김 대행은 지난 2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자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행의 말처럼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

김 대행은 지난달 16일 서남원 전 감독과의 마찰로 팀을 떠나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구단 설득으로 지난달 19일 돌아와 이날까지 3경기를 지휘했다.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가 팀을 지휘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김 대행에게는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서 전 감독과 갈등이 있었다고 해도 무책임하게 팀을 떠나선 안 됐다.

팀에 돌아왔다면, 서 전 감독에게 사과했어야 했지만 김 대행은 그러질 않았다.

김 대행은 주전 세터 조송화의 무단이탈 당시 코치였음에도 자신도 팀을 떠나 사태를 키웠다.

서남원 감독을 경질한 구단의 비상식적 대응 이후 곧바로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이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김 대행은 서 전 감독의 폭언과 모욕이 있었다는,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폭로로 비난을 자초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행은 "신임 감독이 선정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감독대행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대행은 "새 감독님이 오시면 (나는) 코치로 내려올 것이다.

코치로 (팀을 계속) 지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레전드의 씁쓸한 퇴장…파국으로 끝난 IBK기업은행 사태
그는 사태를 바로잡기 위한 어떤 노력이나 희생도 없이, 자숙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적반하장격 태도로 자신의 복귀를 합리화했다.

구단의 몰상식한 대처와 김 대행의 면피성 발언이 맞물리며 역풍이 거세졌다.

상황은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빠졌다.

팬들이 등을 돌렸고, 지난달 27일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을 시작으로 다른 6개 구단 감독들이 모두 김 대행과 악수를 거부하는 상황을 불러왔다.

사면초가에 빠진 김 대행은 결국 감독대행직을 수락한 지 11일 만에 자진 사퇴로 백기를 들었다.

IBK기업은행의 첫 영구결번 선수로, 지도자로서도 앞날이 기대됐던 김사니였지만 구단과 자신의 과욕으로 인해 씁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김 대행은 떠났지만, 조송화 징계가 남아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IBK기업은행은 새 감독을 빨리 선임해 팀 분위기를 수습한다는 구상이지만 납득 가능한 지도자를 데려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IBK기업은행은 2승 10패(승점 5)로 7개 팀 중 6위에 머물러 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멤버 3명(김수지, 김희진, 표승주)을 보유한 데다 한국계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의 영입으로 개막 전 큰 기대를 받았던 IBK기업은행은 2라운드가 채 끝나기도 전에 파국을 맞았다.

이 모든 것을 자초한 구단은 물론 IBK기업은행의 고참 선수들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레전드의 씁쓸한 퇴장…파국으로 끝난 IBK기업은행 사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