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SCM 공동성명 발표…사실상 11년만에 대대적 수정 착수
내년까지 연합사본부 용산→평택 이전…"대만해협 안정 중요" 공동성명 첫 명시
한미 군 당국이 2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기존 작전계획(작계)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했다.

핵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 미사일, 각종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하는 강력한 수단이 반영된 작계가 수립될 전망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을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연합사의 작계는 '작계 5027'과 '작계 5015'다.

40여 년 전 만들어진 작계 5027은 북한의 남침 시 반격 격퇴하는 내용의 전면전 대응 계획이며, 최근에 수립된 작계 5015는 접적지역에서 국지전, 북한 우발상태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도록 작성됐다.

기존 작계를 보완하려면 양국 국방장관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격인 SPG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

이후 양국은 SPG를 토대로 합참 차원에서 본격적인 작계 수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마지막 SPG 수정이 2010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11년 만에 대대적인 작계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서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에 "북한의 위협 변화, 저희 군 자체적인 국방개혁2.0으로 인한 변화, 연합지휘구조에 대한 변화 이런 것 등을 담고, 제반 환경 등을 담을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가 종전선언을 협의하는 가운데 작계 최신화 계획 발표에 따라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 장관은 작계 최신화 조치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의에는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이기 때문에 이 작전계획을 위한 SPG하고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SCM 공동성명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2022년에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시한을 못 박았다.

내년에 FOC 검증 평가를 거치면 새 정부에서 '전환 시기'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오스틴 장관은 회견에서 "내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 훈련 간에 미래연합사의 FOC를 평가하기로 합의했다"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FOC 평가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대장)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3단계 평가 절차 중 2단계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 공약인 전작권 전환은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지만, 핵심 평가에 해당하는 FOC 평가를 내년에 시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위한 추동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이 명시된 점도 눈에 띈다.

성명은 "양 장관은 2021년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수준이지만, 한미 군사협력의 상징성 및 외교문서 성격을 가진 SCM 공동성명에도 대만 문제가 포함된 것을 두고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다른 나라가 대만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여기며 대체로 강하게 반발해왔다.

공동성명에는 "오스틴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 국방부의 최우선 전구라는 점에 주목"했다는 문구가 포함되기도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중 견제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또 이번 SCM에서 양국은 용산기지 반환 문제와 맞물려 있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의 평택 이전도 내년까지 완료하는 데 합의했다.

본부 이전은 이르면 내년 6월께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용산 기지 반환의 핵심으로 꼽혀온 연합사 본부 이전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온 전체 용산 기지 반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린 SCM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내용이 복원됐다.

최근 미 국방부가 해외 미군의 '글로벌 배치 검토'(GPR)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 2만8천500명의 주한미군 병력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 때인 작년에는 해당 문구가 성명에서 빠져 병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