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6. DIAGNOSIS]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분자진단
최근 미국 신생 바이오벤처인 셜록 바이오사이언스와 매머드바이오 사이언스 등은 진단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 경쟁력을 갖춘 크리스퍼 기반의 제품들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시판에 나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가정 및 진료소 등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동물의 감염병을 진단하는 기술이 보편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고를 통해 크리스퍼 진단에 필요한 Cas 단백질의 종류와 특성, 다양한 감지 기술에 적용된 크리스퍼 진단 기술의 현황,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부수적 절단이 가능한 크리스퍼 발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반의 진단 기술은 5분 이내의 정확한 진단법을 기반으로 현장 진단에 활용 가능한 혁신적인 유전자 분석 기술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크리스퍼 카스 시스템은 자체의 민감도와 특이도 등을 특징으로 DNA, RNA 등 핵산을 검출할 수 있는 강력한 진단 도구로 조명 을 받고 있다.

최초의 크리스퍼의 가위 성질을 이용한 진단은 2016년 Cas13a의 부수적 서열 절단(collateral editing) 활성을 발견한 데서 시작된다. 이 성질은 일부 Cas13a와 CRISPR RNA(crRNA)와의 결합체가 표적 서열과 특이적 상보 서열을 이루면서 효소적 절단이 생기면 표적 서열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단일가닥 RNA가 절단되는 것을 일컫는다. 이 발견은 바로 바이오센서로 활용됐다.

최초의 크리스퍼 기반 검출 기술인 ‘SHERLOCK(Specific High-sensitivity Enzymatic Reporter unLOCKing)’ 플랫폼이다. 이 기술은 표적 물질과 결합하면 형광 탐침(Flourescent Probe) 염기서열이 부수 적으로 절단되어 형광을 발현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원래의 표적 서열 농도 대비 1만 배 증폭된 효과를 나타내 높은 민감도로 항원을 검출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이후 다양한 미생물종들로부터 Cas9, Cas12, Cas13, Cas14 등 다양한 Cas 단백질을 동정하고 이 중에서 부수적 절단이 가능한 것을 찾아 zM(젭토몰·1021의 1 Mol) 수준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가진 검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하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반의 검출 기술은 초고감도 핵산 검출에 있어서 최적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Cover Story - part 6. DIAGNOSIS]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분자진단
Cas12를 이용한 진단기술 ‘DETECTR’
Cas9 다음으로 유전자 편집에 많이 활용되는 Cas12는 이중가닥 DNA(double stranded DNA)를 표적으로 한다. 현재까지 발굴된 Cas12 중 일부는 표적 유전자 절단 시에 표적이 아닌 주변의 단일가닥 DNA(ssDNA·single stranded DNA)의 부수적 절단을 하는 기능이 발견되었다. 이 기능을 다양한 휴대용 진단기술의 개발에 활용한다.

Cas12a-crRNA 복합체는 부수적으로 단일 가닥의 ssDNA를 분해하는데, 표적 이중가닥 DNA에 결합을 하면 1초에 대략 1000회 이상으로 ssDNA에 부수적 절단을 일으킨다. 이를 프로브로 이용하여 핵산 검출 및 신호 증폭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으로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

Cas12를 이용한 대표적인 진단 기술은 ‘DETECTR(DNA endonuclease-targeted CRISPR trans reporter)’다. DETECTR에는 표적 유전자 증폭을 위해 ‘재결합효소 중합 효소 증폭(RPA)’을 활용한다. aM(아토몰·1018의 1Mol)까지 검출할 수 있다.

DETECTR는 신속함과 민감도, 특이도에서 SHERLOCK과 유사하지만 RNA프로브를 사용하는 SHERLOCK에 비해 임상적 안정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별도의 전사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더욱 간편 하다는 점 역시 DETECTR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일 염기 변이는 검출할 수 없고, RNA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역전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한계는 존재한다.

또 다른 기술인 HOLMES(one-HOur Lowcost Multipurpose highly Efficient System)는 Cas12a를 이용한다. 여기서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으로 유전자를 증폭한다. 증폭을 PCR로 한다는 점 외에는 DETECTR와 유사하지만 HOLMES는 단일염기변이를 식별할 수 있고, PAM 서열에 변이가 존재하더라도 구분할 수가 있다.

또한 HOLMES에서는 PAM 서열을 PCR 프라이머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표적 유전자 상에 PAM 서열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서열이라도 검출할 수 있다.

또한 역전사 과정을 포함시켜서 RNA를 상보적 DNA(cDNA)로 전환시키면 RNA 검출까지 수행할 수 있다. HOLMES는 이론적으로 서열에 제한이 없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열처리 단계 등 복잡한 과정을 한계로 가지고 있다.

RNA 분해효소로 작용하는 Cas13 단백질
Cas13 단백질은 DNA가 아닌 RNA 분해효소로 작용한다. 이들 중 일부도 Cas12처럼 RNA를 대상으로 한 부수적 절단기능이 발견되어 분자진단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Cas13a는 crRNA에 맞는 프로토스페이서를 가진 표적 단일가닥 RNA에 한 번 결합을 하면 비특이적 RNA 분해효소로 작용해 주변에 있는 RNA가 표적 RNA가 아니더라도 분해를 시킨다.

즉 한 번의 표적 인식으로 최소 100회 이상의 부수적 절단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진단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Cas13은 PAM 서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상보적인 프로토스페이서 주변을 절단하기 때문에 절단을 여러 차례 할 수 있다. 이는 증폭 효과를 나타내므로 민감한 검출에 활용될 수 있다.

생명공학 및 진단 부문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Cas13 단백질은 Cas13a와 Cas13b다. Cas13을 활용한 가장 대표적인 진단 기술이 구텐버그 그룹이 발표한 SHERLOCK이다.

이는 등온 증폭과 특이적 LwCas13a의 식별을 활용한 핵산 검출용 분석법이다. RPA이나 RT-RPA를 이용하여 표적 유전자를 증 폭하고 이후 Cas13의 부수적 프로브 절단을 활용하여 형광 신호를 생성한다.

별도의 강한 열처리 없이 신호 증폭과 효율적인 신호 생성이 가능하여 SHERLOCK은 실제 37℃ 환경에서 1~3시간 이내에 aM 농도 수준의 DNA 및 RNA 검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스페이서 서열을 조절하여 바이러스 동정 및 단일 염기 변이 식별이 가능한데, RPA 프라이머 결합과 크리스퍼의 인식 두 단계의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야 하므로 이러한 높은 특이도가 가능하다. 동결 건조된 Cas13a와 종이 검출 기술을 접목하여 저비용으로 aM 수준의 민감도를 유지하고도 냉장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휴대용 진단방법을 개발하였다.

크리스퍼 진단 기술
구텐버그는 보다 확장된 기술인 SHERLOCKv2를 발표했다. 각각 다른 리포터 서열에 반응하는 다양한 Cas13 단백질을 이용하여 4개의 다중진단을 했고, RPA 프라이머를 조절하여 aM 수준에서 정량적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Cas13a의 부수적 절단에 의해서 유발된 Csm6 핵산 분해효소를 활용하여 민감도를 높였고, 장비가 필요 없이 육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색도 분석 기반의 측방 유동 분석법을 개발했다. 감염병 감시 및 병원체 진단이 필요한 현장 진단에 요구되는 신속성, 휴대성, 저비용, 민감도, 단일염기 식별 등의 기술이 SHERLOCK 및 SHERLOCKv2로 구현되고 있다.

또한 미어볼드 그룹은 HUDSON(Heating Unextracted Diagnostic Samples to Obliterate Nucleases)이라 명명한 바이러스 검출 기법을 발표하였다.

핵산 분해 효소의 영향 없이 체액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추출해 핵산 추출 과정 없이 검체를 바로 SHERLOCK 분석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소변, 혈액, 혈장, 혈청, 타액 등의 체액을 10~25분간 열처리 등 전처리 과정을 거친 후 바로 Cas13 기반의 검출 기법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장진단에 활용하기 위한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엔세이지가 자체 발굴한 Cas12a와 Cas13a를 기반으로 사람과 동물의 감염원을 검출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분자진단은 바디텍메드와, 동물 대상의 감염분자진단은 미디언디노스틱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크리스퍼 검출 기술의 마지막 숙제인 비특이적 반응
크리스퍼 검출 기술을 현장 진단에 활용할 때 가장 주요한 단점으로는 비특이적 반응 가능성이다. 비특이적 반응은 핵산서열, 샘플 처리량, 미스매치, 표준화, 정량분석, 다중 검출과 표적 유전자 증폭 등이기에 이에 대한 극복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다수의 크리스퍼 기반의 현장 검출 기술이 개발되어 적용되었다. 이는 크리스퍼 기반의 현장 진단 기술이 가지는 감염 병원균의 정성적 분석에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기술이 단기간 안에 다른 바이러스를 검출하도록 재설계할 수 있어 미래의 감염병에 대해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유전자가위 진단법을 이용해서는 COVID19 외에도 지카, 뎅기바이러스, 식중독균,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며 꾸준히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올해 초 소개된 CRISPR를 이용한 분자진단법은 단 5분 만에 현장에서 신호 증폭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PCR 수준에 가까이 진단하고 이를 휴대폰으로 실시간 분석 및 데이터 송신이 가능케 함을 보여주어 질병관리 부서 모니터링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지는 큰 진보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크리스퍼 기반의 진단기술은 급속히 진보하고 있으며 DIRECTED EVOLUTION 등 꾸준히 개발되는 Cas 이종체 및 변이 발굴 연구에 힘입어 크리스퍼 기술이 더욱 유용한 방법으로 발전되어 사람과 동물의 건강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Cover Story - part 6. DIAGNOSIS]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분자진단
<저자 소개>
[Cover Story - part 6. DIAGNOSIS]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분자진단
이봉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수학하였다. 경상대학교와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크리스퍼를 이용한 동종 줄기세포 CAR-NK치료제를 개발하는 엔세이지를 창업하고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