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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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국내 상장사들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발표에도 국내 증시는 힘을 쓰지 못했다. 3분기 실적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증시를 짓누르면서 기업들의 호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 3분기 매출 합계는 581조590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53조115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9%, 50.08%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대 최고 실적도주식 시장에 온기를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3분기 실적 발표 기간 코스피 지수는 -0.33% 하락했다. 철강, 화학, 정보기술(IT) 업종 등에서 호실적이 연이어 발표됐지만 3분기 실적이 고점일 수 있다는 피크아웃 우려가 증시 전반을 짓눌렀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131.73%, 108.0%를 기록했다.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해 대비 약 8%로 추정된다. 증가율이 올해(추정치 약 65%)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분기 최대 실적이 발표된 이날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1.16%, 0.41% 하락했다. 미국 10월 소매 판매가 1.7% 증가하는 등 경기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띈 것이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 당 1186원40전까지 오르면서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선물을 1조3416억원어치 매도했다. 이는 기관의 대량 현물 매도세(8861억원)로 이어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금리가 인상되면서 증시를 향하는 유동성은 줄어드는 반면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 약세, 중국의 경기 위축 등 증시 악조건이 더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