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스타워즈’가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규모는 올해 1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가 고속 성장하는 가운데 월트디즈니는 콘텐츠를, 애플은 막대한 자본을 무기 삼아 도전에 나섰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와 HBO 등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OTT 플랫폼 선두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등 연이은 성공으로 총 2억136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확보했고, 3분기에만 74억8000만달러(약 8조8167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웹소설과 음악 게임 등 연관 콘텐츠 사업,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 판매와 같은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CJ ENM과 같은 국내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 공급자로서 지난 5년간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7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데 혜택을 받기도 했으나, 최근엔 티빙과 웨이브 등 자체 OTT 플랫폼을 내세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 콘텐츠 잡아라”

월트디즈니는 지난 14일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쇼케이스를 열고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 호주에서 내년까지 공개할 콘텐츠 라인업을 소개하면서 다음달 12일 한국과 대만에서, 같은 달 16일 홍콩에서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월 9900원에 하나의 계정으로 7명(동시 접속 4명까지)이 사용하게 하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편다. 산하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등 핵심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에선 오리지널 콘텐츠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비롯해 JTBC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오는 12월 JTBC에서 방영 예정인 ‘설강화’, SBS의 간판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작품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등이 포함됐다.

애플도 다음달 4일 국내에서 애플TV플러스를 선보인다. SK브로드밴드와 제휴해 인터넷TV 셋톱박스 ‘애플TV 4K’를 내놓고 전용 앱도 공개한다. 월 이용료 6500원에 최대 6명이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본격적인 진출로 한국 콘텐츠 제작 시장은 호황을 맞을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는 2023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역 콘텐츠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예정이다. 애플TV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한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를 휩쓸던 한국 콘텐츠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 제작 역량, 가격경쟁력 등을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CJ ENM 계열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 계열 제이콘텐트리를 비롯해 에이스토리와 NEW 등 중소형 제작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선전하는 토종 OTT

국내 미디어 기업들도 콘텐츠 공급자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자체 OTT사업을 꾸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CJ ENM의 티빙은 가입자가 순조롭게 늘어나 연말까지 목표했던 가입자 2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티빙은 2022년 가입자 400만~500만 명, 2023년 800만~9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분기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방영을 시작했고 최근 스포츠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티빙은 예능 콘텐츠로 신규 구독자를 유치하며 매 분기 두 자릿수 이상의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CJ ENM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 올해만 8000억원을 쏟는 데 이어 2025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MBC·SBS)의 합작사 웨이브 역시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만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웨이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319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며 과거 지상파에서 방영된 추억의 드라마·예능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TV는 기존 유튜브 모델의 개인콘텐츠 사업을 접고 자체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