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요람, 퍼타일 크레슨트·여성과 광기

▲ 인간 서애 류성룡 이야기 = 유창하 지음.
임진왜란 도중 영의정에 오른 문신이자 '징비록' 저자로 잘 알려진 서애 류성룡(1542∼1607)이 보인 충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정리했다.

류성룡의 찰방공파 후손이자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저자는 류성룡의 생애와 생각을 이야기 20개로 소개한다.

그는 류성룡이 왕조 시대에 드물게 임금 앞에서 '아니 되옵니다'라고 외친 재상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류성룡은 선조가 한양을 떠나 의주로 피신한 뒤 "명나라로 들어가는 것이 나의 뜻"이라고 하자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저자는 "류성룡의 '아니 되옵니다'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임금이 중심이 돼 왜군을 격퇴해야 한다는 적극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었다"며 "류성룡은 모든 일에 현실을 매우 중시하는 긍정론자였다"고 주장한다.

류성룡은 조정에서 요직을 맡은 신하였으나,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자식에게 편지를 보내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을 전하거나 공부 방법을 지적하기도 했다.

저자는 맺는 글에서 류성룡에 대해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초연함을 견지한 그의 인품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인정 없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순수한 촌로였다"고 평가했다.

지식산업사. 240쪽. 1만4천 원.
[신간] 인간 서애 류성룡 이야기
▲ 문명의 요람, 퍼타일 크레슨트 = 남영우 지음.
지리학자인 남영우 고려대 명예교수가 역사학이 아닌 지리학 관점에서 중동 지역에 꽃핀 인류 문명을 분석했다.

저자가 주목한 지역은 책 제목에도 들어간 표현인 '퍼타일 크레슨트'다.

우리말로 '비옥한 초승달'을 뜻하는 퍼타일 크레슨트는 페르시아만에서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을 따라 올라간 뒤 서쪽으로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까지 이어지는 초승달 형태 지역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초기 문명 중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유명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시리아·레바논·요르단이 있는 레반트 지역에도 고유한 문명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또 이러한 문명들이 성격이 달랐지만, 서로 교류하면서 융합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리학자답게 문명이 탄생한 지형이나 기후도 분석한다.

일례가 이집트 문명이다.

저자는 이집트는 강이 매년 범람했지만, 화산에서 방출된 파편이 섞인 마사토가 운반돼 토양이 비옥했다고 설명한다.

그 덕분에 이집트 사람들이 이동 생활을 하지 않고도 도시와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고 추정한다.

저자는 머리말에 "인류 문명의 뿌리가 유럽 문명의 기초가 된 그리스·로마 문명이 아니라 퍼타일 크레슨트 문명에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푸른길. 440쪽. 2만6천 원.
[신간] 인간 서애 류성룡 이야기
▲ 여성과 광기 = 필리스 체슬러 지음. 임옥희 옮김.
여성의 정신건강 문제를 깊이 있게 고찰한 페미니즘 고전. 1940년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 정신분석학자가 1972년에 쓴 첫 책이다.

한국어 번역본도 2005년에 나온 바 있다.

저자는 '광기'와 '여성'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는 여성, 여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과 정신질환 징후 등을 소개하고 레즈비언·제3세계·페미니스트 여성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실었다.

그는 새롭게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에서 강간이 어떻게 여성을 무력화하고 트라우마에 빠뜨리는지 설명하면서 여성에게 자기방어의 권리가 있음을 시사하는 신화 속 아마존 전사를 제시했다"며 "여성들은 이제 더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을 탓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위고. 580쪽. 2만8천 원.
[신간] 인간 서애 류성룡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