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사이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른바 ‘일타 강사’들이 잇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아 관심이 쏠린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투스 사회 강사인 이지영 씨는 지난 12일 ‘수능 붕괴 위기 곧 대학 절반이 사라진다’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대학과 수능의 중요도가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의 수학 강사 현우진 씨도 지난 1일 고교 3학년 9월 모의평가 총평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서 “수능 체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며 “앞으로 7~8년 안에 붕괴 조짐이 보이면서 10년 뒤면 평가 양식이 바뀌고 사는 세상이 바뀔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일타 강사로 유명하다.

이들이 ‘수능 종말론’을 제기한 배경에는 고교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변화가 있다. 우선 2023년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고, 누적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국어·영어·수학 등 정형화된 과목에서 벗어난 다양한 과목을 학교에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수능이 유지되면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는 달리 수능 과목 중심으로 강의를 듣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교육당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개편에 나설 것이란 논리다. 실제로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2028학년도 수능체제 개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선 “공정성 논란 때문에 수능의 영향력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논·서술형 문제가 일부 도입되면서 수능의 형태가 조금 바뀔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입시에서 수능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될 것”이라며 “만약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이유로 수능의 반영도를 줄인다면 대학이 선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본고사와 비슷한 시험 실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올해 서울 상위권 대학들은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 선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수시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정시로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한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