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의석 무난히 확보…공산당 등 4개 정당도 원내 진출 확실시
지역선거서도 여당 우위…장기집권 푸틴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 굳혀

사흘간 치러진 러시아 하원 의원 선출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이 5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9%의 개표가 이루어진 20일 오후(현지시간)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통합 러시아당이 49.8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푸틴지지 여당, 러 총선 승리…"잠정개표서 50% 육박 득표율"(종합2보)
뒤를 이어 제도권 제1야당인 공산당이 19%,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7.49%, 사회민주주주의 성향 정당인 '정의 러시아당-진실을 위하여'가 7.42%를 득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창당된 중도 우파 성향의 '새로운 사람들'도 5.35%의 득표율로 의석 배정을 위한 최저 득표율인 5% 선을 넘었다.

지역구 투표 개표에선 통합 러시아당이 225개 선거구 가운데 199개 선거구서 선두를 지켰다.

공산당은 9개, 정의 러시아당-진실을 위하여가 8개, 자유민주당이 1개 선거구에서 각각 우위를 차지했다.

투표율은 51%로 잠정 집계됐다.

중앙선관위는 24일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 하원은 5년 임기의 의원 45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절반인 225명은 지역구별 의원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지역구제로 선출되고, 나머지 225명은 정당에 대한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각 정당이 득표한 비율에 따라 일정 수의 의석을 배분받는 비례대표 정당명부제로 뽑힌다.

현재의 개표 결과로 볼 때 통합 러시아당은 독자적으로 헌법 개정을 성사시킬 수 있는 개헌선인 3분의 2 의석(300석)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러시아당 측은 정당명부제로 120석, 지역구제로 195석을 확보해 모두 31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적은 지난 2016년 총선 때보다는 다소 저조한 것이다.

통합 러시아당은 지난 2016년 선거에선 54.2%의 정당 득표율로 343석을 확보했었다.

푸틴지지 여당, 러 총선 승리…"잠정개표서 50% 육박 득표율"(종합2보)
AFP 통신은 수년간 이어진 경제 침체와 복역 중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벌인 조직적인 반정부 투표 운동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역대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도 나발니 진영은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후보를 보이콧하고, 대신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주로 공산당 후보)를 지지하는 '스마트 보팅'(smart voting) 운동을 펼쳐 여당의 득표율을 떨어트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렘린궁과 일정한 공조 관계를 맺고 있는 제도권 야당 외에 반정부 성향 재야 야권의 의회 진출은 불가능해졌다.

러시아 총선 투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됐다.

현지 선거당국은 총선이 투영하고 공정하게 치러졌고, 일부 위반 사례가 있었으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야 야권은 허위 기재 투표용지 투입, 공무원들에 대한 투표 강요 등 심각한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국에 의해 외국대행기관으로 지정된 독립적 선거감시기구 '골로스'는 전국 투표소에서 약 5천 건의 부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총선의 압도적 승리가 2024년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개헌선 이상의 의석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국은 총선에 앞서 '푸틴 정적' 나발니가 이끌던 조직들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활동을 금지시키고, 나발니 진영이 주도한 '스마트 보팅' 운동을 막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구글, 애플 등의 관련 앱을 차단하는 등 강력한 압박 조치를 취했다.

나발니 측근들을 포함한 반정부 성향 야권 인사들은 여러 이유로 후보 등록이 거부당했다.

푸틴지지 여당, 러 총선 승리…"잠정개표서 50% 육박 득표율"(종합2보)
러시아는 지난해 7월 국민투표를 통해 2000년 집권한 푸틴 대통령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30년 이상 초장기 집권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을 채택했다.

지난 3월 러시아 하원은 이 같은 개헌 내용을 추인하는 대통령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2024년 대선에 직접 재출마할지, 아니면 자신의 후계자를 내세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가 정국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차기 정권 창출 과정을 통제하길 강력히 원한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크렘린 측에 고무적인 것이다.

한편 통합 러시아당은 총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도 커다란 우위를 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선거에선 하원 의원 선출 투표 외에 9개 지역 지방 정부 수장(주지사 등)과 39개 지역 지방 의회 의원을 뽑는 투표도 함께 진행됐다.

잠정 개표 결과 9개 지방 정부 수장 선거에선 6개 지역에서 통합 러시아당 공천 후보가 승리했다.

'정의 러시아당-진실을 위하여'의 공천을 받아 극동 하바롭스크주 주지사 선거에 나섰던 유명 앵커 출신의 고려인(현지 토착 한인) 후보 마리나 킴은 고배를 마셨다.

그는 현재 주지사 대행직을 맡은 자유민주당 후보 미하일 데그탸료프에게 큰 표 차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