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4세대 엑소좀 기술을 활용해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철희 대표는 일리아스의 엑소좀 기술을 ‘버스’에 비유했다. 엑소좀이라는 버스 안에 기존에는 태울 수 없었던 승객인 ‘고분자 약물’을 자유로운 형태로 탑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승객을 원하는 곳(표적세포)에 내려줄 수 있어, 기존에 치료하기 어려웠던 질병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철희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최철희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최철희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일리아스의 약물 전달 원천기술 플랫폼 ‘익스플로어(EXPLOR)’는 현재까지 엑소좀 기반 치료제 기술을 1~4세대로 구분했을 때 가장 발전한 4세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1세대는 기존 세포치료제가 분비하는 엑소좀을 그대로 활용해 특정세포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 보편화된 기술이다. 엑소좀에 화학적 구조물이나 핵산 등 저분자 물질을 탑재한 2세대 기술을 지나 3~4세대 기술은 분자량이 큰 물질을 엑소좀에 집어넣는다. 이때 크기가 큰 단백질은 엑소좀 안에 넣기 어려워, 대부분은 엑소좀 바깥에 단백질을 붙여놓는 방식을 쓴다. 그러나 단백질이 엑소좀 막에 붙어 세포에서 제대로 해리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일리아스의 4세대 기술은 단백질을 엑소좀 표면막 또는 내막에 연결되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로 탑재한다. 최 대표는 “그동안 세포 내부 전달에 어려움이 있었던 항체, 효소, 전사인자, 유전자 편집 단백질 등 고분자 약리 단백질을 엑소좀 내부에 자유로운 형태로 넣을 수 있다”며 “탑재된 단백질은 엑소좀 막에 얽매이지 않아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단백질의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빛을 이용해 약물을 탈·부착하는 엑소좀 플랫폼

익스플로어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의 특성을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세포가 빛에 반응하는 원리에서 시작해 엑소좀에 약물을 탑재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일리아스는 애기장대에서 유래한 두 가지 단백질이 광합성 과정에서 빛을 받으면 서로 결합하고, 빛이 없으면 떨어지는 특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세포에서부터 엑소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 같은 특성을 적용했다. 약물과 엑소좀을 결합하는 ‘스위치’로 빛을 받으면 결합하는 단백질 모듈을 활용한 것이다.

세포 배양 단계에서 엑소좀 안에 약물을 고정시키고, 배양이 끝나면 약물이 엑소좀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빛을 쐬면 스위치가 켜지면서 단백질이 붙었다가, 빛을 없애면 이 결합을 분리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엑소좀 안에 탑재시킨 약물을 필요할 때 떨어뜨릴 수 있게 됐다.

최 대표는 “엑소좀에 실린 단백질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엑소좀 속에서 유리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며 “엑소좀 막에 붙어 있는 단백질이 빛을 없애면 자유 낙하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특허 등록됐다. 일리아스는 유럽, 인도 등 5개국에서도 특허를 출원 중이다.

최 대표는 “엑소좀은 생체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나노입자로, 인공적인 합성 약물 전달체와 비교하면 체내에서 매우 안전하고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엑소좀은 체내 세포에서 유래돼 체내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엑소좀이 몸 안에서 독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며 “전임상에서 독성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만 확인되면 효능 시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엑소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점은 또 있다. 치료용 목적 단백질만 바꾸면 다양한 엑소좀 기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일리아스는 익스플로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ILB-202’다. ILB-202는 항염증 물질인 ‘srlκB(super-repressor lκB)’ 단백질을 탑재한 엑소좀이다. srlκB는 염증을 활성화하는 ‘NF-κB’를 막는 역할을 한다. NF-κB 전사인자와 결합해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붙잡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막고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NF-κB 억제제 개발이 시도됐지만, 약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단백질을 넣은 엑소좀이 개발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라고 했다. ILB-202는 급성면역질환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 만성면역질환과 같은 다양한 염증 질환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일리아스는 개념증명(POC) 연구를 통해 패혈증, 조산, 급성신손상 치료제로서의 ILB-202의 효과를 입증했다. 또 관련 전임상 시험 결과를 다수의 국제학술지에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2020년 4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한 패혈증(Sepsis) 동물모델 연구에서는 엑소좀에 탑재된 항염증 단백질이 표적 세포 내부에 전달되는 것을 입증했다.

또 유의미한 염증 인자의 빠른 감소 효과도 확인했다. 지난 1월에는 조기출산(preterm birth) 동물모델 결과를, 6월에는 급성신손상(Acute Kidney Injury) 동물모델 결과를 게재했다.

최 대표는 “오는 12월 FDA에 ILB-202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으로, 코로나19 변수로 인한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2차 선택지인 호주에서도 임상이 가능하도록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a상까지 진행한 후 기술이전을 한다는 구상이다.

“연내 공동 연구개발 및 기술이전 기대”

일리아스는 엑소좀의 표면 설계 및 조작을 통해 뇌혈관장벽(BBB)과 같이 기존에 도달하기 어려웠던 조직과 세포를 표적하는 ‘엑소-타깃(Exo-Target)’ 기술도 갖고 있다.

최 대표는 “익스플로어와 엑소-타깃을 통해 만들어진 엑소좀 의약품은 다양한 단백질 약물을 탑재하고, 표면 조작을 통해 기존에 치료 물질을 전달하기 어려웠던 조직으로의 약물 전달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탑재 물질과 표적에 따라 무한한 파이프라인 확장이 가능해 다양한 치료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이와 같은 엑소좀 기반 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공동 연구개발이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목표다. 최 대표는 “현재 국내외 기업들과 공동개발과 기술이전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안에 국내 제약기업과의 협업이나 의미 있는 기술이전 등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 기술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일리아스는 최근 스타트업 기업의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어스 인사이트(StartUs Insights)’가 뽑은 향후 제약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엑소좀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에 선정됐다. 회사는 전 세계 87개의 엑소좀 기반 스타트업 중 상위 5위 내 기업으로 소개됐다.

설립일 2015년 11월
상장 여부 비상장
주요 사업 엑소좀 기반 신약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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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한 플랫폼 기술로 엑소좀 기반 치료제 개발 기대"
by 정재갑 대덕벤처파트너스 상무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의 익스플로어 플랫폼은 엑소좀에 탑재한 생물학적제제를 세포질의 표적에 잘 작용할 수 있는 진보된 기술이다. 최근 조직 또는 세포 선택성을 부여한 엑소-타깃 기술까지 적용되면 보다 향상된 효능과 안정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허가받은 제품이 없는 엑소좀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선도적인 기준을 확립해 나가고 있어, 내년 상반기 임상과 더불어 국내외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아웃이 기대된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